핀란드 교육의 성공 - 경쟁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학력으로
후쿠타 세이지 지음, 나성은.공영태 옮김 / 북스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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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어느 교수님은 21세기 교육은 물고기를 잡는 법이 아니라 바다를 갈망하는 것이 되어야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바다를 갈망하도록 하는 교육을 알차게 실천하고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아마 현재로서는 단연 핀란드일 것이다. 이 책은 교육 전문가뿐만 아니라 교육을 하루 빨리 국민의 권리로 인식해야할, 우리 국민 모두의 필독서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한 명의 인재가 전체를 먹여 살린다며, 오로지 엘리트 중심 입시 위주의 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사이, 핀란드는 학생 각 개인 개인이 자기 스스로  다양한 지식을 탐구하고 배워 문제 해결을 하면서 협력하면 사회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데 힘을 더하고 있다. 더구나 허튼 꿈처럼 소박해 보이는 핀란드의 교육철학은 OECED 국제 학업 성취도 비교 연구인 PISA에서 전 영역에 걸쳐 고루 1위를 성취함으로써, 우리의 빈곤한 교육철학 심연을 뒤흔들고 있다.

1. 교육철학
사실은 하나여도 지식은 여러 개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구성주의가 핀란드 교육철학의 핵심. 학교는 단순한 지식 수용을 위해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는, 그  배움을 지원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다.  당연히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 그러니 동일한 시험 평가를 통해 일렬로 줄 세우기는 필요 없다. 배움은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공부를 잘 하는 아이는 따로 지원할 필요 없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그냥 두고, 뒤처지는 아이들은 특별 교육 지원을 통해 일시적으로 도와준다. 공부를 하는 이유를 알면 스스로 공부를 잘 할 수 있다는 기본 상식을 공교육에 그대로 녹여내고 있다.

2. 민주 시민 교육
헬싱키 시의 학생 대표들이 5월 정도 시의회 의회장을 빌려 각 학교의 제안을 심의하고, 거기서 통과되면 시정에 반영된다는 데 놀랐다. 우리 아이들은 고등학생조차도 학교의 학칙이 어떻게 제정되는지, 어떤 조항이 있는지 모르는데, 핀란드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민주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직접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논지를 세우기 위해 아이들은 왜 그 제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무엇을 보완하고, 누구에게 조언해야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할 것이다. 즉 실생활에서 전략적이고 실제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것이고, 나에게 현재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할 것인지 매 순간 판단할 수 있는 태도와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학생회 자체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우리 나라의 현실과 비교할 때, 정말 우리 교육이 어디에 방점을 두어야할지 시사점이 크다. 우리가 단선적인 교육에 시간과 돈만 투자하고 있을 때, 핀란드 아이들은, 입체적인 교육을 , 사회와 학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스스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가슴 아프다.

3. 교사 및 교육 지원
핀란드 교사는 석사 학위 소지자이며, 1990년대 핀란드 교육 개혁을 하면서 장학관을 없앴다는 대목이 인상 깊다. 일률적인 교원평가도 없단다. 학교에 교사 개인 연구실이 있고, 교육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으며, 퇴근도 수업 끝나면 바로 가능할 정도다. 최상의 수업만 준비한다면 일찍 퇴근하든 말든 상관 없다는 것. 전문가를 국가가 직접 관리할 필요 없으며 전문가는 스스로 자신의 전문 능력을 신장해나가기 때문에 교사들이 어떤 연수가 필요한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집중한다는 것. 교사는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선망의 직업이란다. 교사를 불신의 대상이 아니라, 신뢰의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핀란드 당국은 아낌없는 정책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교사들은 교육 본연보다 행정 업무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다. 핀란드의 한 학급이 20여명 내외인 반면 우리는 4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질을 망가뜨리고 있는 원인을 교사에게서 찾는다. 인재들이 왜 학교에서 좌절하고 뒤처지는지 그 이면을 숙고하는 대신 불경기에 고정된 월급 따박 챙기는 안정된 직장인이 무슨 불만이 많으냐며 전 국민의 적(?)으로 몰아세우는 데 주저함이 없을 정도다. 공교육의 문제를 교사에게 뒤집어 씌우면 모두가 한결 마음 이 편해지는 것처럼. 지자체는 남는 예산을 교육비로 넘기며, 일본의 같은 규모의 시와 비교할 때 핀란드의 경우 무려 5-7배의 도서관이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교육은 권리이기 때문에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세금 부담에 대하여도 자신들이 여기까지 온 것은 학교 교육의 힘이므로 복지와 교육은 당연히 연계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합리적인 태도. 개인의 경제적, 사회적 배경에 따른 기회의 차별을 핀란드 학교는 훌륭하게 희석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급식은 시가 동일한 식단으로 운영하되, 카페테리아 식으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있다는 관찰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의 일률적인 학교 급식 문화는 학생들에게 전체성을 강요하는 것과 더불어 대형 식중독 사고의 우려를 늘 내포하고 있는데 말이다. 보건교사의 역할과 건강교육이 단연 눈에 띈다. 아이의 결석을 담임교사가 아니라 학교 단위 복지 팀에서 여러 교사가 함께 고민하다는 것이 인상 깊다. 우리나라 보건교사가 체육보건급식과 소속이라며 행정 편의적인 체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당하고 있는 반면, 핀란드에서는 상담 복지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건교육은 7,8,9학년에서 3단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4. 마이너리티 존중
이민자들의 모국어 교육을 공교육으로 실시하고, 2004년 국가 수준 커리큘럼에서는 수화를 모국어로 지정했다고 한다. 전 국민의 의식 속에, 평등과 통합이 제도적으로 깃들 수 밖에 없는 교육 시스템 설계. 통합과 평등은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환경 속에서 배우는 것이란 사실을 핀란드는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5. 기타 의견
PISA는  읽기 소양, 수학적 소양, 과학적 소양, 문제해결능력 등 학력 뿐만 아니라, 학생 생활을 함께 조사하여 그 나라의 공교육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평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일제고사는 학력 평가만 하다 보니, 개인별 평가가 아니라 결국 학교 줄세우기가 되고 있고, 성과 지향성으로 귀결되어  어떻게든 투입을 늘려야하는, 즉 시간과 돈의 집중적인 투입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순환의 고리에 엮여 있다. 우리도 학력이 아니라 학생 생활 조사가 필요하리란 생각이 든다. 사교육과 야간자기주도학습 교육으로 메워진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야하고, 교사들에 대한 지원, 학교 의사결정구조의 개선, 학생들의 학습 선호도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해서 학교 시스템을 재구조화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후쿠타 세이지 교수가 교사들에게 먼저 자신이 만든 교과서로 수업부터 시작하라는 것을 제안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이니 제안했겠지만, 어쨌든 화살의 방향을 제일 먼저 교사에게 겨누고 있다. 칼은 교사가 아니라, 교육 철학을 점검하는 데부터 시작되어야하는 것 아닐까. 또 한 가지, 이 책에서는 주로 초등학교 관찰기가 주를 이룬다. 핀란드의 중․고등학교, 나아가 대학의 교육과정 등을 알 수 있는 후속 연구도 있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핀란드 교육의 단점은 무엇인지, 장점이 아니라, 단점만을 찾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접근한 그런 연구 보고서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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