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요, 찬드라 - 불법 대한민국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삶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행정법 교과서에 짧은 내용이 인용되어 있었는데, 토막난 문장에 금새 가슴이 저렸다. 법률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현장을 어떻게든 전달하고 싶어하시는 교수님의 의도도 엿보았던 것 같다. 딱딱한 법률 용어가 아니라, 가슴으로 법을 이해시키고 싶으셨던 까닭일까..말.해.요.찬.드.라. 활자가 못이라도 박았는지, 한동안 교과서를 못 넘기고 망설였었다.  

외국인 노동자 첫 파업의 생생한 현장,  미친 아내가 스스로 배를 찔러 내장을 쏟아낸 끔찍한 이야기, 멀쩡한 찬드라가 정신질환자로 내몰려 6년 넘게 병원에서 지내야했던 억울하고 원통한 편린들.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도 예와 인을 말하는 대한민국의 어둡고 칙칙한 뒷 태, 인간의 죽음조차도 쓸데없는 일거리라며 성의없이 처리하는 대한민국의 공권력.

 
거친 언어들로 투박하게 써내려간 활자들을 읽어내려 가면서,  그래도, 이들을 돕는 이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인지. 그리고 쥐구멍으로 한껏 숨고 싶어졌다. 


금관의 예수..중학교 때 처음 듣고 가사와 음율이 서글퍼서 내내 잊혀지지 않았었다. 내 육신 한 번 잘 살아보겠다고, 잘도 잊고 살았던 노래가락이 <말해요, 찬드라>를 읽고 나니 뇌리에서 부활한 듯 자꾸만 되내여진다. 그리고, 그들 속에 있지 않아, 감히 "여기""우리"를 부르짖지 못하겠어, 괴로워진다....
...

얼어붙은 저 하늘 얼어붙은 저 벌판
태양도 빛을 잃어 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
어디에서 왔나 얼굴 여윈 사람들
무얼 찾아 헤매이나 저 눈 저 메마른 손길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아~ 거리여 외로운 거리여
거절당한 손길들의 아 캄캄한 저 곤욕의 거리
어디에 있을까 천국은 어디에
죽음 저편 푸른 숲에 아 거기에 있을까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여기에 우리와 함께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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