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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길 - 양장본
앤서니 기든스 지음, 한상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 3의 길>은 10여년 전, 메일 친구였던 그 분이 적극 추천하셨던 책이었다. 전 세계를 휩쓴 신자유주의의 병폐와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대안을 모색하려는 서구의 노력을 읽어보는 것은, 간호학도 이전에 사회적, 정치적 시민으로써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고언과 함께.
변명을 하자면, 그 조언을 듣고도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약속을 이행하게 된 내 게으름이, 뜻하지 않은 행운을 잡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기든스가 제시했던 사회 변화의 징후들을 예견이 아니라 검증하며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으므로.2009년 대한민국. 신자유주의 정책이 더 강화되고 있는 지금, <제 3의 길>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억하기 위하여, 두서 없이 적는다.
1. 신자유주의가 가진 태생적 모순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합리적인 개인에 대한 무한한 신뢰에서 비롯되는 시장만능주의, 그리고 합리적 개인을 키워낸다고 믿는 전통과 도덕에 대한 악착같은 집착. 서로 상반된 이 두 줄기가 신자유주의의 물살을 내부에서 가르며, 두터운 마찰로 맞부딪혀 질주를 소강시킬 힘이 되리라는 통찰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었다.
2. 생활 전반의 민주화에서 시민 사회의 발전과 사회민주주의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 교육의 역할을 읽고 나니, 그 날 그 분이 우리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비젼이 기든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아니라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유연화하여 자기계발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하고, 학교 밖 교육 제도를 공고히 하여, 수많은 전문가들이 다시 전문가를 양산할 수 있도록, 학위 제도가 아니라, 전문가 창출 교육의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비장했던 주장.그것과 일맥상통한다. 기든스가 제시한, 근무 이외에 봉사나 사회 참여를 표준화하여, 의료비나 교육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은 참신했다.
3. 성찰적 현대화
권위주의에서 민주화로 나아가는 숱한 지점의 폭력에 관심을 갖는 학자의 세심함에 숙연해진다. 근대적 현대화가 갖는 과격성을 배척하고, 폭력의 위험성을 견제해야하면서 성찰적 현대화로 진화해나가기를 바라는 학자의 바램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나, 너, 우리 모두의 소망이 되어야할 것.
제 3의 길은 탐색하며 다듬어나가야할 지향점이며, 그 역시 불완전하리라는 솔직한 고백이어서, 담백하다.시대의 불확실성을 참고 견뎌낼 수 있는 의식있는 시민을 길러낼 수 있는가, 이것이 제 3의 길로 나아가는 데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