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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부서지지 않는 언어..단단해서 결코 바스라지지 않을 것 같은 그 견고함을 참혹해하면서도 갈아내고 도려내오며 걸어온 60여년의 생. 우직하게 밀며 나아온 작가의 삶은 가볍지 않아서, 말은 정밀하고, 소리는 묵직하다.
그 날 결코 섞이지 않는 말들은 안으로 빨려들어가지 않고, 자꾸만 튕겨나갔다. 뒤섞이지 않는 말들의 팽팽한 균형은 존재가 썩어가는 그 자리에서 언제나 합법적이었다. 울음이 울음일 수 없고, 눈물이 눈물일 수 없는 좌표, 말들은 쓸모없이 대거리를 해댔다...우스운 꼴이이었지만, 이미 결판난 수작 앞에서 외침은 수굿거릴 수 밖에 없었다. 무참하여 바로 보지 못하고, 흘긋이다 지나치지 못하는 머뭇거림. 칼 앞에서, 현 곁에서..어쩌면 목이 메이도록 참회하였던 것은 아닐까. 읽는 내내 문자들이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것 같았다.
어느 세상에고 예리하게 편입될 수 있었던 지난 세대들의 그 눈물겨움이, 헤쳐내고 풀어내도 마름이 없는 단촐한 노래가락들이, 늙어빠진 혈관을 다시 맥박질해나가는 모습을 훔쳐보면서.. 그들 속에 섞여있던 나는, 험한 시대의 그들을 부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