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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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없이 달리고 싶은 욕망은 어쩌면 모든 사람들의 본능일런지 모른다. 불행하게도 본능에 충실하게 반응하며 사는 이들은 적지만.. 

 <상실의 시대>를 읽고, 뱉어내야할 것을 뱉어내지  못하는 젊음이 안타까웠던 시절이 있었다.
일상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끝끝내 이어나가는 묘사를 읽어나가면서, 일본 작가의 무신경-그것이 의도되었든 그렇지 않든-에 질식될 것만 같아 책을 내던지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그 즈음 국내에서 발표된 문집들을 읽으면서 예정이라도 되었던 것처럼 무기력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엇비스한 문체, 스토리 전개..소설에서 이야기는 사라졌고, 모두가 하루키처럼 발음하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키의 그늘에 안착한 것만 같은 소설을 읽는 것이 지겨워졌다. 하루키는 새롭게 말하는 방식을 찾아냈고, 선포했으며, 규정했다. 

 근 6년만인 것 같다.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호기심때문이었다. 소설가의 소설이 아니라, 삶을 엿보는 일은 흔치 않은 기회이므로.


100KM 달리기를 하면서, 몸이 먼저 나가고 의식이 뒤따랐다는 대목에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 몸을 아끼느라 의식을 앞세우고 있는 내 일상의 공회전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은 내내 계속되었다. 
 

소설의 재능을 일생을 통해 고르고 지속적으로 펼쳐보이고 싶은 욕망. 그 악착스런 소망을 위하여, 하루키는 모든 것을 참고, 달리고 또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달리기의 초점은 소설쓰기에 조준되어 있었다. 반복되고, 축적되는 행동의 습관은, 때때로 허무와 우울로 굴절되는 의식을 되잡아 통제한다. 삶의 이유를 묻는 질의에 깊은 위안과 미덕의 답변이 되기도 하고. 되풀이되는 행동은 흐트러지는 의식을 기가막히게 진정시킨다. 

하루키는 달리면서도 소설을 생각한다. 소설을 쓰면서도 달리기를 고민했다. 삶의 균형감각을 위하여, 의식의 대척점에 달리기란 행동을  배치하여, 영리하게도 비척거림을 방지하고 있다. 그리고, 달리는 까닭을 반복적으로 각인하면서 소설가의 모범적인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하루키가 묻는다..너는 무엇을 둘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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