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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 - 차별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반복되는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10월
평점 :
기후, 경제, 전쟁 등 곳곳에 위험이 팽배한 사회의 면면으로 다양성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지혜로운 해법은 모두가 힘을 합쳐 해결한다는 단순하고도 지순한 결론으로 나아갈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혐오와 차별을 앞세워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수습하고 있다는 일갈은 '차별 금지'가 얼마나 뿌리 깊은 문제 의식을 내포하는지 단숨에 눈치 채도록 한다.
저자의 주장은 '차별하고 있지 않다'는 개인적 안도를 넘어서서 '차별이 없다'는 구조적 안녕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불행을 부르는 제자리 걸음은 전혀 개선될 수 없다는 게 주요 골자다. 차별하고 있지 않다는 믿음 자체가 차별 자체를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취지는 섬뜩할 정도로 정확하다.
더욱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인류 공동체가 혐오와 차별이 가져온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왔던 데 비해, 우리는 차별이나 혐오에 대해 제대로 사회적으로 맞섰던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여전히 낯선 문제로 남아 있다는 설명은 그러므로, 뼈아플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차별하지 않는 것이 다라고 여겨서는 안되는 것이, 문화와 관행에 의해 소수자 집단들이 겪고 있는 불이익이 구조적인 차별로 굳혀지고 체계, 문화를 만들면서 존속한다는 것이다. 차별의 가장 큰 해악은 차별받는 개인이나 집단에게 모멸감, 불편감 등 뿐만 아니라 공포를 느끼게 하고, 차별을 허용하거나 정당화하는 문화를 생성하며, 나아가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기까지 하면서 사회적 공존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면서, 한편으로는 누군가를 향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역설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를 위한 대 전제를 파괴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법학자인 저자는 모든 차별을 무조건 금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판단하는 기준과 차별 금지 사유 등 여러 쟁점을 분명히 하고, 구조적 차별을 제한하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개별법으로도 차별 금지를 일부 다루고 있지만,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큰 우산처럼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차별을 보다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차별이 차별로 인식되지 못한 채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실질적인 평등을 구현하자는 것이다.
현재도 헌법 등에 의해 차별은 금지되고 있지만, 차별 금지 사유가 개별법에 따라 달라 체계적이지 않은 데다, 차별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 방법도 규정되어 있지 않아 선언에 그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본법적 성격을 가진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없다 보니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차별 구제 및 차별 정책을 펼칠 단일 기구도 없고, 복합 차별에 대한 대응 역시 난제로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껏 추진해 온 차별금지법은 처벌보다는 권고, 시정명령, 소송 등의 단계를 통해 차별금지의 인식을 자극하는 법률로서의 성격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오도된 반응으로 오해가 있었음을 바로잡기도 한다.
저자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사회로의 견인을 이끈는 도구가 되기를 바란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의는 ‘차별에는 반대한다’는 말을 덧붙여야 할 만큼 아이러니한 좌표에 놓여 있다. 차별에 반대한다면서도 법 제정은 사회적 합의를 이유로 미루고 있으며, 차별이 무엇인지, 어떠한 차별을 어디까지 금지해야 하는지 차분히 따져보기보다는 왜곡된 인식과 오해가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 소수자 집단은 성적 소수자만으로 대표화되다 보니 소수자에 대한 논의도 성적 지향, 성정체성의 문제로만 축소되고 다양한 소수자 집단에 대한 차별은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도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공동체 안에서 건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책을 찾는 일은, 저자의 주장대로 단순한 도덕적 우월감을 과시하거나 현학적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양성이 중첩된 위험 사회를 살아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누구나 소수자 집단이 될 수 있는 우리에게 공존을 위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
차별금지법은 차별 행위에 대해 사후적인 구제 조치를 취하는 법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기능은 따로 있다. 기업, 대학 등 개별 조직에 차별금지와 다양성 문제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각 조직이 스스로 차별금지, 다양성 정책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예시 법안을 내면서 법명을 ‘차별금지법‘ 대신 ‘평등법‘이라고 한 것은 차별금지라는 소극적인 목표를 넘어 평등을 ‘증진‘한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목표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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