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자 & 노자 : 道에 딴지걸기 ㅣ 지식인마을 6
강신주 지음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학창 시절, 노장 사상을 배우면서 자연과의 조화, 자유로운 삶에 대한 추구 등을 뒷받침하는 근간으로 이해했기에, 노장 사상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저자의 강경한 주장은 곧바로 독서를 시작하게 하는 온전한 촉매가 되었다.
생태주의적 관점에서의 노장 사상의 이해는 오해이며, 오히려 노장 사상은 어지럽던 세상 중에서 탄생한 정치와 삶의 전략으로써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은 독서를 마치고 나서야 순전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노자는 인간의 개입이 현실을 왜곡하고, 원래 존재하던 질서를 뒤흔다고 주장한다. 노자는 인간이 제도를 만들고 도덕을 논하면서 있음과 없음의 구분을 만들고 구별하면서 권력을 쟁취할 수는 있지만, 다스림을 유지하는 데는 취약하다는 예리한 통찰을 내세운다. 그러므로 노자는 작은 국가를 지향하지만, 통치자의 정책으로 능력 있는 사람을 등용하지 말 것, 백성이 죽음을 무겁게 여기고 거주지를 옮기지 못하게 할 것, 문자를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내세우고 있어 유토피아보다는 통치자의 권력 유지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읽게 된다.
노자가 주장하는, 무위라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어지도록 만드는 질서에 천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치자는 백성이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알 뿐, 그가 공을 이루고 완수하여도 백성은 모두 자신들이 그것을 이루었다고 말하도록 만드는 이라는 점도 분명하게 밝힌다. 노자는 권력과 지배의 관계를 수탈과 재분배로 설명하면서, 무위는 수탈을 폭력이나 강제로 보지 않고 자발적 복종으로 이해하는, 통치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노자는 또한 무는 형태는 드러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며, 유는 현실로 나타난 구체적 행태라면서, 유와 무가 돌면서 세상이 변화한다고 가정한다.노자는 모든 개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무의 계기를 지녀야 한다고 보면서 물그릇이 물을 버리기를 거부하여 물그릇으로 계속 남아있게 되면, 그릇은 더는 다른 것과 관계를 맺을 수 없기에 처음 만들어 진대로 비어 있는 상태로 돌아가야 그릇은 모든 것과 관계할 수 있는 잠재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확언한다.
저자는 노자의 한계도 분명하게 제시하는데, 노자는 통치자를 남는 것이 있는데도 자연의 법칙을 따라 부족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이해하기에, 남음과 부족이라는 위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통치란 결국 남음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남음이 있는 사람으로 지속될 수 있는지 고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평도 과감히 남겨둔다.
노자가 좋은 통치란 무엇인가에 마음을 두었다면, 장자는 통치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장자는 삶의 문맥 속에서 이루어지는 성심이 타자를 만나 다른 사람의 문맥에 폭력적으로 적용되는 것의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을 작동시키는 성심을 절대적 표준으로 삼는 사태에 대해 꼬집는다. 즉, 성심을 허심으로 바꾸어 유동성을 갖게 되면 타자의 복수성과 댜앙성을 올곧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자는 나비의 꿈을 통해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허물고 참과 거짓의 구획을 지워내면서 모든 것에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점을 설파한다. 절대성을 버리고 자유롭게 변형되면서 타자와 소통에 방점을 둔 그는, 변형은 단번에, 고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항상 긴장하며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사상의 저변에는 만물이 도 안에서 모두 동등하며, 기존의 질서와 체계를 해체하고 모든 얽매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노자가 통치성을 위한 유연함을 강조했다면, 장자는 해체를 위한 해방을 부각한다. 노련한 전문가가 인도하는 치열한 논쟁을 따라가다 보면, 독서의 재미 속에서 폭염의 강포도 어느새 무색해진다.
노자는 무엇보다 국가와 통치자에 자신의 관심을 집중했다. 그는 제국을 소유하려면 통치자가 무위의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반면에 장자는 험난한 시대를 사는 개인을 위해서 사유를 전개했다. 장자는 같은 시대 사람들에게 연못물 같은 맑은 마음, 즉 선입견이 젼혀 없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렇게 해야만 풍속이 다른 공동체에 가서도 그 공동체의 규칙에 따라 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P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