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래는 행복하다 - 인생의 샬롬을 이루어 가는 21일 묵상
류인현 지음 / 두란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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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효율과 성과, 능률과 성취를 기반으로 삼는 치열한 세상 가운데 은혜의 복음에 붙들린 성도들이 어떻게 살고 또 살아내야 할지 21일간의 묵상을 제시함으로써 잠잠히 가르친다. 


구원, 속죄, 은혜의 복된 소식이 부, 명예, 건강, 성취 등의 기복으로 변질되면서 죄로부터의 구원에 따른 영생과 부활은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소위 세상 부귀 영화도 놓치지 않는 끈덕진 욕심을 갈라 터뜨린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저자가 묵상한 내용을 '느리게 그리고 행복하게, 소박하게 그리고 풍요롭게, 자유롭게 그리고 용기있게'의 세 부분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파트에 7가지 주제를 배치하여 총 21일동안 묵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러한 체계 덕분에 독서의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각 내용은 알차고 단단해 밀도있게 느껴진다. 


저자는 제목을 붙일 때 '고래'를 선택한 이유로 혹등고래의 삶을 제시하는데, 그에 따르면 혹등고래는 다른 고래보다 느리지만 춤을 추고 노래를 많이 부르면서 일상을 즐기는가 하면, 바다의 수호 천사를 자처해 물개며, 다이버 등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한다. 거기에 바다의 유기물을 순환시켜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돕기도 하고 나무 1천 그루만큼 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죽고 나면 심해 생물에게 먹이로 제공해준다고 하니, 동물계의 예수님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시선은 세상이 추구하는, 효율 및 성과 사회가 압박하는 주된 테제인 '자기'로부터의 벗어나 '하나님'으로부터의 자세를 강조하는 것. 행복 강박, 자기 추구의 매몰은 결국 자기 연민으로 이어져 은혜의 복음이 허락하는 진정한 삶 살기를 가리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성장과 성취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선을 따르면서 다시 사랑하고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쉼을 잃어버리고 자족이 엷어진 까닭은 주님의 말씀으로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돌보는 소박함을 잊어버린 까닭이라는 주장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존재적 가치를 되찾고 주어진 삶을 참되게 사는 방법은, 서로 사랑하면서 우정을 나누고 공감하며 감사하고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는데, 복음 안에서 흠결 없는 참 이치가 아닐 수 없다.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을 들어 구체적인 자아, 이상적인 자아에는 집중하면서도 우리의 상황이나 성취와는 아무 상관 없는, 하나님 안에서 진실한 평안을 얻는 진정한 자아를 등한시 한다는 지적이나, 스티븐 버글라스의 <성공 신드롬>에 따른, 모든 것을 성취한 성공한 이들이 걸리는 병인 네 가지 증상, 즉 오만, 지독한 외로움, 파괴적인 모험 추구, 간음 등을 소개한 대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모든 것을 뒤로 남겨두고 오직 성취의 목적만을 향해 나아갈 때 마주하는 결과가 얼마나 허망하고 두려운 것인지 생각하면, 복음과 함께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소박하고 느리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참된 삶으로 진척하지 못하는 행보를 회개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열매를 맺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임을 아는 것, 내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하나님이 해결해 주신다는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오래 참음이다. 기다리다 보면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그러나 주를 바라보고 믿는 사람은 강하고 굳은 마음으로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주 앞에서 오래 참을 수 있다. 아무리 억울한 일, 어려운 일을 당해도 믿음을 지키고 주 앞에서 오래 참으면 복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안심할 수 있다. 결말을 알면 인생은 쉽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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