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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임재 연습 : 국내 최초 완역본 - 단조로운 일상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기
로렌스 형제 지음, 임종원 옮김 / 브니엘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믿음의 궁극적인 결과는 성화라고 얼핏 듣기는 했지만, 성화의 구체적인 모습이 무엇인지 제대로 가늠하기에는 일천한 믿음을 갖고 있기에 항상 그 구체적인 실상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물론 성경의 많은 믿음의 선진들을 통해 성화의 모습을 어느 정도 추상할 수는 있었지만, 일상에서 하릴없이 부유하고 있는 습관적인 또는 문화적인 믿음(?)을 관통하는 어떤 모범을 마주하고 싶은 것은 모태 신앙을 가진 나에게는 어떤 갈망 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로렌스 형제는 나의 오랜 소원을 한번에 성취해 준 본보기인 동시에 나의 믿음이 표류하는 까닭을 정확히 짚어주는 메트로놈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이 책은 맨발의 까르멜수도회에서 부엌 일이나 잡다한 일들을 맡아 행하던 로렌스 형제와 드 보포르 대수도원장이 주고 받은 편지, 그리고 로렌스 형제가 남긴 메모 등을 모아 그의 사후에 출간한 것으로, 어떻게 소박하고 굳건한 믿음으로 일생을 통해 하나님과 동행하며 주님의 임재를 맛보는 영광된 삶이 가능한지 보여준다.
로렌스 형제는 가난한 가문에서 태어나 잠시 전쟁에 나가 군 복무를 하기도 하고, 은행가의 사환으로 근무하기도 했지만, 세속을 떠나 오직 하나님만 섬기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수도원에 귀의한다. 세상의 이력으로 보면 보잘 것 없는 그는 수도원에서도 허드렛일을 맡아 처리하는 데 그의 믿음에 수도원장은 물론 주변 성도들이 감탄한다. 한마디로 그의 믿음은 꾸미는 말이나 위선적인 행동을 벗어나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놓치지 않은 방법은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주었으며, 믿음의 실력은 결국 하나님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내가 아니라 한나님의 입장에서 사유하고 행동하며 하나님께 삶의 주도권을 내어드리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가르친다.
로렌스 형제의 글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의 모든 믿음의 발로가 '하나님을 향한 사랑'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일 것 같다. 주인의 말을 듣는 종의 위치에서 수행하는 복종을 넘어서서 사랑하기에 나를 버리고 주님을 의지하고자 하는 순종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그의 행적을 쫒으면 당연하게 터득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은 대목은 그가 골방에 앉아 몇 시간 씩 기도하는 대신 일상의 모든 순간에 하나님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하나님이시라면 이 상황에서 내게 무엇을 요구하실까, 묻는 질문보다 오히려 그의 대화는 수많은 기쁨과 감사, 영광스러움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 차 잇었다는 점.
심리학적 긍정성과 다른 점은, 그는 싫고 좋은 것에 대한 분명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하나님께 심취한 나머지 자신의 모든 언동이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리지 못할까 봐 조바심을 냈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병상에 누워 있을 때도 그는 그의 육체적 고통과 그에 대한 자신의 대응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울까 고민하느라, 주변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정말 아픈 것인가 의심할 정도였다니 영성이 육체의 고통에만 몰입하지 않도록 어떻게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추측할 수 있을 정도다.
하나님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계시고 오직 믿음만으로 기뻐하고 만족하며 십자가를 지고 고난받는 것에 익숙하라는 당부와, 하나님은 고통을 통해 우리를 정화시키시며 전적으로 하나님의 섭리에 자신을 맡기고 포기하지 말고 주님의 문을 두드리는 한편 하나님을 아는 것을 본분으로 삼으라는 격려는 잠잠하면서도 강력한 일침이 된다.
하나님과 동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순간에도, 심지어는 불신앙과 죄악을 저지르는 순간에도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이야기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과 대화해야 하며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성급함과 충동성을 버리고 부드럽고 차분하게 행동하며 어느 때든지 하나님을 경배하면서 하나님 안에서 기쁨을 누려야 하며 나의 모든 수고를 받아주시기를 간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이러한 모든 행위는 믿음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항상 어떤 미덕이 필요하고 어떤 죄악에 쉽게 넘어지는지 주의 깊게 살피라고 다진다.
하나님을 혼자 계시게 하지 말라는 역설에서 하나님을 향한 깊은 사랑이 느껴진다. 그는 천상의 보좌를 버리고 죄인과 함께 하고 싶어 사람으로 오신 하나님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기에, 그 믿음의 행보는 도전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기의 믿음을 살아 있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시시때때로 너무나 적은 믿음을 보여 주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각종 규율과 행실에서 믿음을 취하는 대신, 날마다 변덕스럽게 오락가락하는 수준 낮은 헌신에 기대는 모습은 실로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우리의 믿음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교회의 기본 정신이요, 아주 높은 수준의 완전함으로 우리를 인도하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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