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덕의 기술
벤자민 프랭클린 지음, 조지 L. 로저스 엮음, 정혜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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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체득하는 한 가지 진리는 선포하는 것과 증명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영역이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주장대로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진실하고 온전한 삶이 있을까 생각하던 터에 우연히 <덕의 기술>을 읽게 되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인쇄공에서 출발하여 신문 발행인이 되었고, 작가, 과학자, 정치가, 교육자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덕의 기술>을 써서 선한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지만, 워낙 방대한 일들을 처리해야 했기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다행이도 그의 삶에 깊이 공감한 저자가 그의 편지, 메모, 수필, 콩트 등을 읽으면서 프랭클린이 의도했던 바와 매우 유사한 이 책을 펴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삶의 매 단계를 거치면서 행운이나 횡재를 바라는 대신 선한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성실과 정진으로 나아갔고, 자신 앞에 놓은 과제를 진득하게 성취해 나갔다. 그야말로 말과 행동을 일치하는 삶을 끊임없이 희구했다. 


그는 선하게 살라고 구호만 외치는 대신 명확한 방법과 대안을 설정해서 실천했기에 자신이 터득하고 증명한 덕의 원칙을 세워 가르침을 준다. 그가 일생을 통해 세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은 덕 있는 삶,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 때만 행복하다. 둘째, 덕을 쌓기 위해서는 좋은 계획과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사람들은 진정한 이익과 정반대의 길로 갈 때가 많다. 넷째, 올바르게 번 돈은 은혜일 수 있지만, 그 반대는 항상 재앙이다. 닷섯째, 올바르게 생각할 때 올바르게 행동이 나온다. 여섯째, 건강은 되찾기보다 지키기가 훨씬 쉽다. 일곱째, 행복은 마음에서 솟아난다. 여덟째, 진실과 정직이 부족하면 모든 것이 부족하다. 아홉째, 이웃과 잘 지내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인생이 훨씬 만족스럽다. 열번째, 모든 인간 관계 가운데 가장 지속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는 가족이다. 열한번째, 덕 있는 삶의 열매는 늙어가면서 더욱 분명해진다. 열두번째, 신앙은 행위를 규제하는 강력한 기준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위와 같은 덕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 덕목을 13가지로 정하고 이를 지키고 평가할 체크표를 만들어 다이어리처럼 체계화했다는 것이다. 매일 자신이 정한 실천 덕목의 실행에 대하여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스스로 평가하면서 삶을 내실 있게 다녀나간 것. 


그가 덕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정한 13가지 덕목은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침착, 순결, 겸손으로, 각각의 덕목을 대표하는 실천 사항을 정했다. 


먼저 그는 과식과 과음을 삼가고, 타인과 자신에게 이로운 것 외에는 말을 삼가도록 훈계했다. 또 모든 물건은 제자리에 정돈하고 모든 일은 정해진 시간을 지키며 해야 할 일은 하기로 결심하고, 결심한 일은 반드시 행하도록 강조했다. 타인과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 외에는 지출을 삼가고 시간을 헛되이 쓰지 말고 항상 유익한 일을 행하며 필요없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경계하는 한편 남을 일부러 속이려 하지 말고 순수하고 정의롭게 생각하면서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구체화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응당 돌아갈 이익을 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극단을 피하고 원망할 만한 일을 한 사람조차 원망하지 말라고 스스로를 가르쳤다. 몸과 옷차림, 집안을 청결히 하고, 사소한 일, 일상적인 사고, 혹은 불가피한 사고에 불안해하지 말며 건강이나 자녀를 갖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성 관계를 삼가도록 원칙을 정했다. 마지막으로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랭클린은 독자적으로는 이러한 개인적인 원칙을 성실히 다져가면서도  동시에 절친들과 함께 전토라는, 서로의 발전을 지향하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도덕, 정치, 철학에 대한 토론을 나누면서 삶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나갔다. 


그의 탁월한 점은 개인을 넘어서 사회 공동체를 통해 선한 삶의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의 삶을 철저하게 종교와의 일치에도 조준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만물을 만든 한 분의 신이 계시고 선한 사람이 되고 선행을 하는 것이 영원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신을 기쁘게 하는 방편이라고 굳게 믿었기에 그의 믿음은 그의 말과 행동, 삶의 모든 영역에서 강력한 규제이자 기준이 되는 척도가 되었다. 


그는 과학자의 특성을 살려 맹목적인 신앙이 아니라, 이성과 철학의 관점에서 자신만의 신앙관을 만들어가면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지만, 여전히 인간의 일에 활발하게 개입한다고 논증하는 등 성찰적 믿음을 견지했다. 


그는 선한 삶의 목표를 세우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균형 잡힌 삶의 원칙을 정한 후 실천해야 할 덕목을 추출해 끊임없이 평가하고 피드백함으로써 개인의 삶을 정갈하게 정돈하면서도 선한 지적 공동체와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통찰적인 식견을 갖출 수 있도록 삶의 체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자칫 물질적이고 단편적인 삶으로 표류할 수 있는 원칙과 덕목의 원천을 신앙으로 잇대어 견고히 함으로써 절도 있는 삼각 구조를 설립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을 통해 왜 그가 미국인이 존경하는 인물인지, 그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낸 영웅이 어떤 토대 위에서 초기 미국의 체계를 세워나갔는지 가늠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 계발서를 넘어서는 그 무언가를 훌륭하게 담아내고 있다. 

나는 어려움을 극복할 때 종이를 반으로 나눠 한쪽에는 찬성, 다른 쪽에는 반대라고 적습니다. 3-4일 정도 생각을 하면서 여러 가지 동기에 따라 짧은 생각을 적습니다. 그렇게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면 각각의 무게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로 무게가 같은 것끼리 지웁니다. 찬성하는 이유 하나와 반대하는 이유 두 가지의 무게가 같다면 이 세 가지를 지웁니다..중략..이렇게 무게가 같은 것끼리 지우고 나서 하루 이틀 정도를 더 생각합니다. 새로운 이유가 떠오르지 않으면 결정을 합니다. 비록 이유의 무게를 판단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각각의 이유를 비교해서 생각하다 보면 모든 것이 확실히 보여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급한 마음도 줄어듭니다. 실제로 나는 이런 등식에서 큰 장점을 발견했는데 나는 이것을 ‘도덕의 대수학‘이라고 부릅니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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