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고민입니다 - 일상의 고민을 절반으로 줄이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힘
하지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회가 복잡해질 수록 고민은 늘어가지만, 정작 왜 고민을 하며, 고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이 없던 터에, 감정과 뇌과학을 적용하여 고민의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고민에 대처하는 방식을 안내하니, 출간이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요 맥락이라 할 수 있는 감정과 뇌과학의 특성을 설명하고, 실제 고민이 생겼을 때 성숙하게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고민의 결과와 마주하며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설명한다. 


고민의 프로세스와 관련하여, 먼저 많은 고민을 만들어내고, 또 불필요한 고민을 배태하는 감정을 다룬다. 감정과 관련된 주요 문제로는, 강박으로 치달아 정보만 축적하는 자기 신뢰의 결여, 불안, 낮은 자존감, 우울, 모든 문제를 심리적으로 접근하는 심리화, 현상 유지의 추구 및 문제의 회피, 나쁜 기억, 반추, 집단에 숨어 방관하면서 다른 사람이 고민을 대신하도록 위임하거나 집단에서의 배척과 소외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의 평판에만 관심을 두는 것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어서 뇌의 특성을 고민과 연관지어 탐색한다. 뇌는 선택 과정에 이를 때 빠른 판단과 반응을 담당하는 변연계와 신중한 분석을 통해 대처하도록 하는 대뇌 피질의 투 트랙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변연계가 우선권을 갖고 이후 그 결과에 따라 결정하도록 셋팅이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변연계는 동물적 본성을 앞세워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원시뇌-뇌간과 변연계-에 놓여있고, 낯선 상황에서는 원시뇌가 먼저 작동하기에, 고민이 시작되면 원시뇌부터 우선적으로 활동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또 뇌가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의 한계는 이미 정해져 있으며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명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메타인지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나를 객관화하면서 고민에 접근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뇌가 피로하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거나 배고픔은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도록 하며 의지력이 약해지는 자아고갈의 상태에서도 고민을 진중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더불어 고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보를 의식절으로 처리해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차례로 처리하게 하는 작업 기억을 높여야 하며, 욕망이 고민의 방향 및 속도 등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설명한다. 뇌는 모호함과 불분명함을 싫어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생각을 최대한 단순히 하려는 휴리스틱을 창조하는 한편 인간에게는 집단 논리에 순응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고, 직관적인 판단이 행동화되어 습관이 되므로 기존의 세팅을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주의점도 일러준다. 


고민이 생겼을 때 유의하여 할 사항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4가지 기본 원칙을 지키도록 권고한다. 고민할 이유 자체를 줄일 것,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순서를 정할 것, 고민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고 고민에 필요한 마음의 공간을 확보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먼저  감정과 인지, 우선 순위, 마음의 자산 등을 점검하면서 고민의 위치를 점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그리고 뇌는 일종의 하드디스크처럼 정해진 용량이 있으므로 고민을 처리할 뇌 용량을 확보할 것, 처음부터 고민할 이유를 없앨 수 있도록 루틴을 만들 것, 고민을 덩어리로 재분류하고 맥락과 이야기로 엮어 단순화할 것, 큰 고민거리는 잘게 쪼갤 것, 고통과 견디어내야 할 불편을 구분할 것, 고민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 큰 그림을 보면서 생각할 것, 때로는 그냥 지켜만 볼 것,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것, 고민이 있을 때 청소나 샤워처럼 행동 모드로 바꿀 것, 최선을 찾기보다는 최악을 피할 것,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지 말 것, 일단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말 것, 자신의 감정 패턴을 알아 감정의 방파제를 세울 것, 관계를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말 것, 타협할 수 없는 최소한의 원칙을 만들 것, 결정과 책임을 오로지 나의 일로 여길 것, 가치와 의미를 생각할 것, 욕망의 한계선을 그을 것, 의지가 약하다는 말을 흘려들을 것, 그리고 배고픔, 통증, 수면 부족, 촉박한 시간, 금전적 압박 등을 체크하면서 자아의 고갈을 막을 것 등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민의 과정이 옳았다면 결과는 2차적인 일로 여기고, 운의 영역을 인정하면서 고민이 없는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고민 없이 산다고 믿으면 고민을 잘 하는 것이라고 격려한다. 


정신과 전문의로서의 전문성 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식견과 다양한 실험, 연구 사례가 더해져 읽을 거리가 풍성하다. 새로울 것도 없이 이미 다 아는 것 같지만, 돌이키면 생경할 정도로 잊고 있던 기본적인 원칙과 근거를 꼼꼼히 세워준다.  

고민의 정보 압박을 줄이고, 여유 공간을 만들고,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길은 바로 이런 불확실한 세상과 통제 불가능성, 운의 영역을 인정하는 것에서 온다. 잘 모르겠지만 방향은 이게 맞는 것 같아. 일단 해보지 뭐. 이 정도가 딱 맞다. 고민-결정-실행의 프로세서에서 가운데에 있는 결정의 앞과 뒤를 볼 때, 고민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지 않으려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3대7 정도가 좋지 않을까? 서론이 너무 긴 책은 재미없지 않은가?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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