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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권정생 소년소설, 개정판 ㅣ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4월
평점 :
가치 있는 것들을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누군가의 삶을 통해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시골 교회의 종지기로 평생 소박하게 헌신한 작가는, 인생과 삶을 관통하는 기독교적 주제의식을 <몽실 언니>룰 통해 보여준다. 도대체 사랑은 무엇이고, 관용이란 무엇인가. 현실을 불평하고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 그것은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가. 아니 현실을 타개할만한 대단한 지식이나 이론을 창출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주어진 삶의 무게를 버티어내는 것이 그것이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이던가. 어떻게 사람을 변화시키고,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건가.
그러나 작가는 단언한다. 아주 자그마한 불행 뒤에도 큰 이유가 있으며, 몽실은 비록 학교에서 지식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전심으로 살아가는 여정 속에서 참과 거짓을 배우게 되었다고.
뿌리를 흔드는 가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현실, 폭음과 폭행으로 점철된 결혼 생활에서 탈출해 오로지 먹고 살기 위해 아버지를 버리고 집을 떠나 새로운 터에 자리잡은 어머니. 빈한한 아버지와 그리고 새로 맞이한 새어머니, 아버지가 다르고, 어머니는 다르지만, 몽실이 책임져야할 동생들. 사고로 다리를 다쳐 절름발이가 된 그녀는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동생들을 위해, 때마다 닥쳐오는 불행과 씨름하며 살아낸다.
암죽을 만들어 동생을 기르고, 아버지의 회복을 위해 무료 치료가 가능한 자선병원으로 달려가며, 죽은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들을 맡는가 하면 구걸을 해서라도 먹을 것을 구하는 소녀 가장으로 산다. 성인이 된 후 꼽추와 결혼한 그녀는 새어머니처럼 아픈 동생을 살뜰히 챙긴다.
민족의 최대 비극인 한국전쟁의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산 몽실의 삽화를 읽다보면, 최고의 지식과 풍성한 부를 가지고 '나'를 위해 살고, '나'를 우선하면서도 왜 종국에는 허망해지고 비루해지는 현대인으로 살고 있는지 설핏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상황이든 사람이든 그렇게 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살며, 하루 하루 불평 불만하지 않고 지금 내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한껏 지고 최선을 다해 사는 것. 몽실 언니를 통해 작가가 가르쳐 주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들에게 싸움을 시키듯이, 도둑질도 누군가가 그렇게 하도록 일을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까닭은 덮어놓고 도둑놈만 나쁘다고 욕하고 벌을 줍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몽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착한 것과 나쁜 것을 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아버지를 버리고 딴 데 시집을 간 어머니도 나쁘다 않고 용서합니다. 검둥이 아기를 버린 어머니를 사람들이 욕을 할 때도 몽실은 그 욕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나무랍니다. 몽실은 아주 조그만 불행도, 그 뒤에 아주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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