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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격차 - 평등한 사회에서는 가난해도 병들지 않는다
마이클 마멋 지음, 김승진 옮김 / 동녘 / 2017년 9월
평점 :
건강이 단순히 '질병 없음'의 인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적의 상태, 의 개념으로 변해가면서, 건강 영향 요인 또는 건강 결정 요인에 대한 관심도 의학적, 개인적인 부분에서 사회적, 문화적인 부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건강의 권리와 사회적 책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은 개인이 알아서 챙겨야하고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 첩경이라고 치부한다면, 가장 '교과서격인' 답변은 마멋의 응답일 수 있겠다. 건강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이며, 가장 사회적인 결과라는 명쾌한 답변. 그는 건강, 그리고 사람들간의 건강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역량의 박탈을 해소해야한다고 단언한다.
이 책의 주제는 서두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난다. 단순하지만 예리한 그의 질문은, '왜 기껏 환자를 치료하고서는 그가 병을 얻었던 환경으로 돌려보내는가'로 시작한다.
의사 출신인 저자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고, 병을 일으킨 여건이 사회에 있는데, 그 요인에 대한 적절한 개입 없이 병만 치료한다면, 의료는 결국 '실패한 예방'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그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을 두루 소개하면서, 그동안 사회적, 정치적으로 의제화되기 어려웠던 건강의 문제를 다양한 사례로 제시한다.
그의 관심사는 건강과 생활 습관에 초점을 맞추는 보건 정책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데서 출발한다. 일례로 식습관, 운동, 흡연 등등 우리가 선택하고 결정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그러한 선택을 용이하게 하는 광고, 마케팅, 가격, 접근성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들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므로 보건 정책은, 단순히 습관을 바꾸라고 권면하기 보다는, 건강에 좋은 선택이 쉬운 선택이 되도록 만들고, 동시에 건강에 좋은 의사결정을 하도록 역량을 강화하면서 정말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고 향유할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부연한다.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대한 그의 주장은 역량 중심 접근법과 맞닿아있는데, 그는 역량의 박탈을 세 가지 차원에서 고려해야한다고 정리한다. 우선 가장 근본적으로 물질적인 부분이 우선 풍부해지도록 해야하고,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가지며(사회심리적 차원),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정치적 차원) 역량이 박탈된 것이라고 정리하는데, 건강 및 보건 정책이 왜 사회권과 연계되어 있으면서도 자유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건강 의제의 정치화가 왜 필요한지 가늠하게 한다.
또 생애 결정적 시기에 대한 신경학적 연구, 교육과 건강의 기여 연구, 노동조건이나 일 등과 건강의 연관성 연구, 지속가능성 및 회복력과 지역 공동체 연구, 자본주의 및 공정성 등과 건강의 연계성 연구 등 다양한 사례가 제시되고 있는데, 건강의 사회적 책임, 건강 격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필요성에 대해 꼼꼼하게 뒷받침한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물질적 문제는 어느 정도 넘어선 지금, 마멋의 주장에 따르면, 이제는 건강 역량의 측면에서 건강 격차에 대한 관심을 쏟아야할 때가 아닐까. 사람이 사는 동안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근간이 되는 건강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면, 더 치열하게, 그리고 더 집중적으로 건강의 공정성, 형평성에 대해 물어야하지 않을까.
나는 물질적, 심리사회적, 정치적 역량 박탈이 건강과 건강 형평성에 해롭다고 주장했다. 역량 박탈은 국가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른 형태를 띤다. 하지만 건강이 공정하게 분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일반론은 나라마다 다르지 않다...무언가를 하자, 더 많이 하자. 더 잘 하자.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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