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 개정판 동양고전 슬기바다 4
주희 외 엮음, 윤호창 옮김 / 홍익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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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학은 처음 학문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인간의 덕이란 무엇인지 가르치는 교육서로, 이 책은 원서의 구조를 충실히 따라 주해서를 본문으로 기술하고, 원문을 뒤에 실어, 실용서와 교본으로서의 장점을 두루 살리고 있다. 


소학은 교육의 길(입교), 인간의 길(명륜), 수양의 길(경신), 고대의 도(계고)로 이루어진 내편과 아름다운 말(가언), 착한 행동(선행)으로 구성된 외편으로 구분된다. 


예기, 논어, 맹자, 다양한 동몽훈 등의 문헌을 인용하여 인간의 윤리, 마음과 몸의 바른 자세와 태도, 성현에 대한 존경과 그들을 따라 수양할 것 등을 강조하고 있다. 


유교적인 세계관에 따라 인간이 일생을 통해 지켜야할 도리와 예의를 익히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인간 바탕의 성품을 온전하게 돋우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이 매 장마다 반복되고 중첩된다. 


나다움의 개성이나 양성평등의 관점이 강조되는 현재, 소학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활자들의 향연이 아닐까 싶은 편견은 <교육의 길>, 첫 장부터 여지 없이 와해된다.


조화와 질서의 바탕 위에서 오륜을 지키도록 강조하는데, 백성에게 반드시 가르쳐야할 세 가지 덕이 인상 깊다. 첫째는 여섯 가지 덕으로써,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 어진 마음, 사리에 잘 통하는 성스러움, 과감한 결단력, 최선을 다하는 자세, 다른 부류와 조화하는 능력이 포함된다. 둘째, 부모에 대한 효도, 형제간의 우애, 친족과의 친함, 외척과의 화목, 친구 사이의 신의, 불우한 사람에 대한 연민 등 여섯 가지 행실을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섯 가지 기술적 능력을 기르도록 권장하는데, 예절, 음악, 활쏘기, 말몰기, 글쓰기와 셈하기를 강조한다. 


세 가지 덕을 떠올리면, 현대의 교육은 여섯 가지 덕과 행실은 약화시키고, 오히려 기술적 능력만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된다. 유교가 지향하는 조화와 질서의 관점에서 보면 여지없이 균형이 무너지고 있는 것. 소학에 따르면 결코 바른 교육이 아니다. 


<인간의 길>편에서는 부모님이 부르시면 입에 씹고 있던 음식이라도 뱉고 대답하며 가야한다는 효의 기본부터 진실을 속이지 말고 신명을 다해 임금을 섬기되 올바른 도를 실현할 수 없다면 관직을 그만두라는 충의 근본, 혼인이 모든 예의 시작이며 남녀유별하다는 부부의 도, 어른과 아이에서의 관계, 벗에 대한 도리와 사귐 등에 대해 세세히 가르친다. 


<수양의 길>편에서는 마음가짐, 몸가짐, 옷차림, 음식에 대한 예절을 보여준다. <고대의 도> 편에서는 고대의 우, 하, 상, 주의 성현들의 행적을 보여주며 입교, 명륜, 경신의 가르침을 어떻게 생활에서 실천하고 지켰는지 구체적으로 증명한다. 


외편인 <아름다운 말>에서는 한대 이후의 성현들의 명언을 수록해 입교, 명륜, 경신의 내용을 더욱더 확충한다. 부모를 섬기는 자는 의술을 알아야한다고 단언한 <이정전서>의 인용이 흥미로운데, 유교적 세계관이 관념적일 것이란 선입견을 통렬하게 반성하게 된다. <동몽훈>이 말하는 관리의 자세, 청렴함, 신중함, 근면함이라든지 <안씨가훈>에서 인용된, 학문의 이유, 즉 닫힌 마음을 열고 사물에 대한 안목을 밝게 해 행동하는 데 이로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라는 등의 정의는 곱씹을수록 담백하지만 깊은 여운을 준다. 


<착한 행동>은 한대 이후의 성현들의 착한 행실을 기록하여 입교, 명륜, 경신의 가르침을 실증한 것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시험을 폐지하고 과제물로 대체하며, 과제물을 내지 못할 때는 학관이 가르치되 번잡한 행정 문서를 생략해 교관들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해야한다는 <이정전서>의 주장은 현대의 교육계를 향한 판단과 다르지 않다. 재산은 자식을 게으르게 만든다는 소광의 주장, 입신양명의 길은 오히려 자손에게 위태로움을 물려준다고 풍자한 방공, 항상 나물 뿌리만 먹는 가난한 생활을 견딜 수 잇는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믿은 왕신민의 일화는, 치열한 인생을 살아낸 이의 지혜가 담겨 있다. 


도드라지고 유별나며 때로는 시끄럽기까지 한 세상살이에서, 고요하고 한결같은 삶을 살 수 있는 비결, 시대와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닳아지지 않고 때마다 새로워지는 가르침. 이것이야말로 초심자를 일깨우는 소학의 독서가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뜻은 높게, 마음은 성실하게, 몸은 경건하게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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