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가 - 하버드 최고의 뇌과학 강의
제레드 쿠니 호바스 지음, 김나연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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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통해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여 표현하기란 쉽지 않은 역량인데, 저자는 꼼수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제목으로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분명하게 그 의도를 드러낸다.

 

정보의 범람 속에서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다시 필요한 부분을 재생하고 출력해야하는 일상의 학습이 많아진 요즘,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가치 있게 재가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그 질문에 대한 뇌과학의 답변 격이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목차와, 각 장마다 배치된 한눈 요약 부분이 아닐까 싶다. 뇌과학을 통해 밝혀진 학습의 기전, 근거 등을 서술하는 정보가 많다보니, 사실 책을 덮고 나면 오히려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당 부분 휘발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목차는 각 장의 제목과 더불어 세부 목차를 꿈꼼하게 배열하고 있다. 또 각 장의 내용을 다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한눈 요약이라는 부분으로 제시하고 있어 언제든지 필요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을 수 있도록 편의성을 제공한다.

 

눈 여겨 읽게 된 대목은 시각과 청각의 결합을 통해 인지하는 원리를 담은 2장이었던 것 같다. 시각과 청각이 따로 제시되는 것보다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이 결합될 때 더 효과적으로 인지하고 학습할 수 있다는 결론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거꾸로 시각과 청각적 자료가 동시에 제공되는 현재의 수많은 영상 정보의 유익과 폐해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기도 했다. 수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는 효율성은 극대화할 수 있는 대신 인지가 곧바로 사고력과 연결될 수 없다는 사실은 큰 시사점을 제공하기도 한다.

 

저자의 솔직함은 멀티태스킹의 환상을 분명하게 지적한 대목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고 싶은 인간의 욕심에 쐐기를 박는다. 멀티태스킹이 아니고 작업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뿐이며 일정 부분의 높은 성취를 위해서는 상당한 학습이 전제되어야한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느낌과 감정의 변화에 대한 사례를 제시하면서 현상 자체가 아니라 해석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경각심을 일깨우는 부분이기도 하다. 단, 현상 자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기술이 미흡한 점은 아쉽기도 하다. 어쩌면 이 부분은 생리학적 관점에서 뇌를 연구하는 뇌과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독자의 무모한 욕심인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밀도 있는 서술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뇌의 각 영역과 기능에 대한 총론 격의 설명과 안내 없이, 곧장 흥미로운 주제를 설정하고 뇌과학의 연구 결과나 사례를  제시하다보니, 전반적으로 구슬은 잘 만들어져 있으나 전체적으로 꿰어지지 않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맥락이나 이야기로 엮어지는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다. '학습'이라는 주제로 내용을 한정했으므로 당연한 한계일수는 있지만, 저자의 이력과 역량을 살펴보건대 훨씬 더 쉽게 내용을 각인할 수 있는 뇌과학 서적을 찾는 독자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마음 속에 서로 단절되어 존재하는 사실들은 서로 연결되지 않은 웹사이트 페이지와도 같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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