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젠더 수업 창비청소년문고 27
김고연주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젠더'가 개념화되고 그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되면서, 청소년이 성의식을 갖는데도 일종의 교과서격인 가이드가 필요할텐데,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그 요구에 충실하게 부응하고 있다.

 

사회문화가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혼선과 혼돈의 물결이 범람하는 가운데, 젠더교육이 지향하는 철학은 물론 알아야할 내용도 쉽게 서술해 가독성이 좋다.

 

저자는 여자와 남자는 얼마나 다를까, 다이어트에서 내 몸을 지켜 줘, 사랑은 언제나 낭만적일까, 모성은 위대하다 우리 엄마만 빼고, 누가 왜 무슨 일을 해야할까, 우리 가족은 팀워크가 필요해, 혐오의 말은 그만 모두가 나답게, 로 소주제를 열거하고, 각 장마다 그동안 우리가 지녔던 편견, 고정관념을 깨는 데 집중한다. 중간에 제시되는 연구 결과나 사회적 삽화들은 이해력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남녀의 성은 본래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새롭게 구성되는 것이며, 복잡한 미의 기준에도 불구하고 상품화되고 획일화되는 미적 욕망 속에서 씨름하는 몸의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역사와 시대에 따른 사랑의 담론과 연애 각본에 따른 사랑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신선하다. 본능적 모성의 강조가 가져오는 폐해나, 남녀 역할 구분이 아니라 남녀 협업이 필요한 가족공동체의 삶, 젠더박스를 넘어서는 나다움 등은 각성하도록 도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다만, 독자 입장에서 욕심을 내자면, 젠더의 관점을 넘어서는 성의식도 일부분 소개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가령 생물학적인 관점이나, 융처럼 남녀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적 관점도 대조함으로써 젠더 이상의 그 너머를 종합하는 부분이 할애되었더라면 뭔가 성의식의 지평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또 젠더의 탄생이 필요했던 역사적, 사회적 맥락도 짧게나마 언급되었더라면 왜 청소년의 성의식 구성에 있어서 젠더가 강조될 필요성이 있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더 탐구하도록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때때로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불편함, 또는 다른 옷을 입고 싶은 답답함을 느낄 거예요. 그런 불편함과 답답함을 억지로 모른 척하지는 마세요.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진짜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 P3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