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의학자 -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해부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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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일지라도, 새로운 관점으로 "낯섦"의 프리즘을 관통해서 보는 것은 언제나 싱싱한 설레임을 안겨준다. 이 책은 이러한 공식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미술 감상의 새로운 방법론을 소개한다.

 

특히 현직 의사의 시선으로 미술 작품을 소개하면서, 의학의 역사, 질병과 함께하는 작가의 삶, 시대와 역사, 신화와 성경 등 숨은 이야기가 곁들여져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어갈 수 있다.

 

요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페스트는 명화를 통해 감염병을 대하는 인간 군상들과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죽음의 화살을 막아줄 수호신으로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격찬했던 것이나 불확실한 페스트의 만연에 대항할 뚜렷한 무기가 없자  대신 희생양을 찾아냈던 인간의 광기, 감염병의 대재앙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으로 전락했던 인간의 모습 뿐만 아니라 봉건귀족의 몰락과 함께 민족주의의 출현이 대두된 배경이 묘사되는데, 코로나 19가 보여줄 미래를 과거의 모습을 통해 반추하는 계기도 된다. 현실의 잔혹함 앞에 무릎 꿇지 않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라는 알베르 카뮈의 진단에 대해서도, 저자처럼 적극 동감하게 된다.

 

스페인 독감과 에곤 실레의 가족사, 비극적 운명 앞에서도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뭉크, 아폴리네르와 마리 로랑생의 삶은 생의 숙연함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폴레옹과 위암 추정, 디프테리아로 짧은 생을 마감한 쇠라,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압생트 중독, <돌아온 탕자>와 이별로 얼룩진 램브란트 등 예술과 인생의 얽힌 실타래를 엿보는 재미도 돋보인다.

 

다양한 작품과 정신건강 문제를 이어 설명하는가 하면, 서양미술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성경과 그리스 로마 신화도 다시 한번 복습하게 되는데, 미술과 의학의 접목을 통해서 새로운 인식의 세계가 열리는, 독서의 즐거움과 미술 감상의 재미가 한껏 어우러진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교류하는 학문입니다. 명화는 의학에 뜨거운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이 책은 의학의 주요 분기점들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명화라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의 입을 빌려 의학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려 노력합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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