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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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까, 배제되고 소외되어 지식의 테두리 안으로 포섭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면, 지식의 발전은 온전히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까, 지식이 생성되는 과정과 구조가 뒤틀려 있다면 그로 인해 생산되는 지식을 신봉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저자는 저작을 통해 답을 하기보다는 질문하기로 작정한 것처럼 써내려간 것이 아닐까, 의문마저 든다.

 

진리를 추구하며 현실을 최대한 반영하는 이론과 지식 생산을 위해 몰두하는 이 때, 지식인의 윤리, 지식의 생성과정을 추적하면서, 기울어진 세상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그 방향성을 뒤쫒는다.

 

담배회사의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흡연이 단순한 기호품일 수 없으며,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생성되는 연구 결과의 진실성에 의문을 던진다. 일제강점기의 의료보건 발달이 조선인의 건강증진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었다는 점이나 건강 불평등을 통해 건강이 사회적 산물임을 역설하기도 한다. 과학적 연구의 필요성과 더불어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근거중심의학의 발전과 과제에 대해서도 소상히 진술한다.

 

다만, 근거중심의학의 발달로 데이터로 치환되지 못하는 치료나 간호 등에 대하여 어떤 전망과 자세가 필요한지, 그와 관련한 기술이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 가령 우리가 마주한 위험사회에서의 위험은 오히려 데이터로 추적하기 어려운 속성이 있는가 하면, 근거가 아니라 해석학적 상상력으로 효과를 발휘하는 영역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지식이 권력이 되는 시대, 지식의 바른 민주화를 위해서 필요한 의제들을 통찰하는 데 예민한 단서를 제공한다. 안타깝게도 연구 과제 선정에서부터 예산 지원, 연구 발표까지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토로한 마지막 에필로그에서는, 구석구석 막혀 있는 우리 연구 풍토의 척박한 지형을 고스란히 확인함으로써 속쓰리지 않을 수 없다.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는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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