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바흐 : 부활절 오라토리오, 악투스 트라지쿠스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작곡, 가디너 (John Eliot Gar / SDG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양화진에 들렀다가 부활에 대한 연구 총서라는 점에 끌려 구입했다.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저자들의 주장대로 평신도도 충분히 사색하며 읽을 수 있도록 편성한 부분이 돋보인다.

 

캐나다, 스위스, 프랑스의 신학 대학 교수인 저자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활"을 조망한 연구 결과물을 한 데 엮은 것으로,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저자들의 소개대로 부활에 대한 정보를 보완하는 한편 기독교에서 말하는 부활의 개념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 차원과 의미들을 탐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1부에서는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의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한 이해, 유다이즘에서의 부활 사상, 그리스 로마 세계에서 몸, 영혼, 내세의 삶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다루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이집트인들의 죽음에 대한 이해 부분이었는데, 이집트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은 신체적 요소와 비신체적 요소로 나뉘어 있고, 몸은 여러 영적인 부분으로 인해 살아움직인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바는 번역하기 어렵지만 영혼으로 이해할 수 있고, 죽는 순간 바는 몸을 떠났다가 미라가 된 몸과 합치되어, 소생시킬 때 되살아난다고 이해했다. 카는 바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시대와 장소에 따라 각양 각색이라고 한다.  신체적인 것과 영적인 것에 침투하면서 개인의 인격 자체까지 드러내는 것으로, 초상이나 조각상은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라 그의 '카'가 된다고 믿었고,  시신이 소실되면 조각상이나 초상이 있는 한 사후 삶을 카가 보장한다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또 인간의 궁극 목표는 카와 바가 결합하여 아크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영원한 생명을 누리려면 몸인 제트를 보존해야 하므로, 이집트인들은 내세에도 몸이 존속하여 삶의 그릇이 되어야한다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당시 최고 문명을 구가하던 이집트에서는 영원과 부활에서 몸의 영속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 미라를 만들었다는 것이 단번에 이해된다. 이집트인들이 죽음을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본 반면, 소포타미아인들은 모든 인간은 지옥으로 가며 어떤 구원의 여지도 없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는 안온했던 이집트와 침략및 전투에 점철된 메소포타미아의 역사적 인식에서 세계관이 달라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2부에서는 복음서, 당시의 언어,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발현, 찬가, 외경 등을 살펴보면서 부활의 실재성과 역사적인 측면을 다룬다.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이 책의 주요 저자이기도 한 오데트 맨빌의 연구 부분이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발현을 선교적 성경의 발현, 교리교육적 성격의 발현, 여인들에게 나타난 발현으로 나누고, 부활이 단순히 의례적인 주님의 방문과 위로가 아니라 그 목적이 교회를 세우고, 교리를 교육하는 수단이 되며, 동시에 역사성을 담보하는 것임을 주장한다. 멘빌 연구 부분을 읽다보면 복음서를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소중한 단서를 얻게 된다. 또 외경문학에서의 그리스도의 발현과 연결해보면 영지주의자들의 글에서 왜 부활과 발현 이야기가 만연하는지 이해할 수 있고, 역사적인 승자의 기록이 정경이며 배척된 이들의 외경이 이단이 되었을 뿐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맥락화된다. 환시와 계시를 보는 것을 넘어서는, 분명한 목적을 가진 부활의 개념이 명확해져야하는 이유도 적확하게 깨닫게 되는 장점이 있다.

 

3부에서는 미래지향적 부활의 의미를 파고든다. 앙드레 미르는 성경에 근거하여 '몸'이 단순한 육체적 물질을 넘어서서 세계와 소통의 통로로서의 몸의 의미를 이야기하면서, 부활이 인류의 일체성에 대한 자각을 통해 모든 인간에게 가능하며 모두를 위한 실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개인마다 따로 부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부활을 통해, 구원은 결국 누구에게나 필요하며 누구에게나 가능한 보편성을 띠게 된다는 데까지 확장해나간다. 부활의 재창조적 의미를 창안해나가면서 미래적 의미를 실재로 끌어당겨 현실에 토착화시키는 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라는 점도 주장한다.

 

한 번의 독서로 신학자들의 연구를 보듬어 이해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의 독서만으로도 부활의 역사적, 신학적, 미래적 측면의 개념을 보다 명확히 하는 한편, 명료하게 인식하려는 시도는 거듭 반복되어야한다는 데 저자들과 인식을 함께 하게 된다. 연구자인 저자들 뿐만 아니라 귀한 연구를 기획하고 후원한 분들께도 감사할 수 밖에 없는 귀한 연구서다.

이 책의 목표는 부활이라는 주제에 관한 취약한 수준의 정보를 보강하는 것 외에도, 부활에 대한 그리스도교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는 데 있다. 우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활이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초세기 그리스도인들이 사용했던 언어들을 조사하고, 부활의 상징화와 의미의 효과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다...중략..그리스도이신 예수 사건 안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인간의 운명에서 부활에 대한 희망을 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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