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기 위하여 - 힘겨운 시기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치유 에세이
나오미 레비 지음, 김수정 옮김 / 로뎀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고난과 고통의 원인을 진단하고 긍정의 마음과 태도를 갖도록 독려하는 목소리는 많지만 잠잠히 신음을 들어주고 함께 견뎌주며 지금의 모습이 최선이라고 다독이는 위로가 필요하다면, 나오미 레비는 하나님의 대언자로서 자신의 소명을 충분히 감당한 듯 싶다. 그녀는 힘을 내라고 외치는 대신 우리에게는 힘이 있다고 말하며 기다려준다.

 

사춘기 시절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를 괴한의 총탄에 잃은 그녀는 겉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방황을 하게 되고 사랑했지만 결국 남편과도 헤어진다. 예측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혔지만 하나님에게 저항하고 울부짖는 속에서 다시 일어나 미국에서 유대인 최초의 여성 랍비가 된다.

 

비탄과 절망, 좌절과 분노로 점철되었던 삶을 살았던 그녀는 하나님은 선하신가, 선하시다면 하나님은 왜 우리에게 불행을 주시는가, 아니 비극의 순간에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가 끊임없이 하나님과 씨름하면서, 불행과 비극이 왜 임하는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 끝에서 우리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하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는 절망과 낙담에 처한 이들이 등장한다. 외출하는 도중 납치되어 성폭행을 당한 미셸, 토라 봉독을 맡아 들떴지만 입장권이 없다고 회당에 들이지 않은 성도 때문에 20년 동안 신앙을 버린 짐, 겉으로는 모범적이었지만 도박 중독에 빠진 케이스, 횡령 혐의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이혼당한 프랭크, 아내의 불임으로 자녀를 갖지 못했지만 입양을 택한 브래드, 자녀의 정신 질환을 직면하지 않는 사라의 부모님, 아이를 사산으로 잃은 샤리, 갑자기 루게릭병을 앓아 소천하게 된 로이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루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소천한 소녀 레베카, 화재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데이비드 도로시 부부, 남편을 한 순간에 잃고 낙망한 저자의 어머니까지.

 

 나오미는 참담한 인생의 전환점에 선 그들과 함께 하면서, 또 자신의 생을 치열하게 살아오면서 성경 말씀이 전하는 교훈, 그리고 그 순간에 필요한 기도문을 중간 중간 소개하면서 삶에서 상실과 고통, 고난은 겪을 수 밖에 없고  상처 자국이 남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강건하고 또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고 진술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아이러니하게도 역자 후기였다. 정신과 의사인 역자는 위암으로 언니가 소천하자 자신이 진단하고 처방하는 전문가일뿐이지 인생의 문제에 철학적이고 영적인 해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이 책을 만난 것이 우연이 아니라 신비한 영역에서 필연적인 만남이었을 수도 있다고 언급하면서,  순례의 길에서 이제는 혼자가 아닌 것 같다고 했는데, 나 또한 충분히 공감한다.

 

힘든 삶의 노영에서 영적인 위로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위로가 가능하단 말인가,  우문현답을 알고 싶다면 꼭 추천하고 싶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요? 어떻게 이런 일이 그토록 선한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가 있나요? 어떻게 하나님은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나요? 이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대답할 수 없다. 해답은 없다. 오직 질문만 있을 뿐이다. 이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일만이 우리의 몫이다. 혼돈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살아나갈 수 밖에 없는 것,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상은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의문으로 가득 찬 곳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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