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 일상의 오류가 보이기 시작하는 과학적 사고 습관
데이비드 헬펀드 지음, 노태복 옮김 / 더퀘스트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컬럼비아 대학교의 코어 커리큘럼에 과학이 새로이 추가되었다는 서문은 본문 읽기를 마치는 순간 우리 대학에서도 전공과 관계 없이 강조될 필요성이 있다는 확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과학이 줄 수 있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거짓 정보가 횡횡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학적 사고 습관을 기르도록 지침을 제공하려는 한다는 저작의 목표를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앤두르 리드가 주장한 과학의 열 가지 속성, 즉 과학은 통한다, 과학은 허튼 소리를 뿌리 뽑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다, 반권위주의적이다, 확실성을 내놓기 위해 애쓴다, 과학의 과정은 어수선한다, 모든 데이터가 평등하지는 않다, 초자연을 설명할 수 있다, 경이와 외경을 불러일으킨다, 반직관적이다, 우리를 개화시킨다,에 적극 공감하면서 포퍼의 반증 가능성을 과학의 출발선으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과학적 사고의 핵심으로 숫자에 대한 감각, 적확한 단어와 개념을 사용할 것 등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그래프와 통계, 확률, 데이터, 프록시, 해석의 오류, 편향, 모형과 이론 등 과학적 용어도 이해하기 쉽게 풀이했다.

 

최소한의 정보로 추산해 문제를 해결하는 '뉴욕 시에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 있을까' 와 같은 페르미 문제는 흥미롭다.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일련의 체계를 세울 수 있고,이것이  과학적 사고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나게 설명한다.

 

그러나 과학우선주의, 과학만능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점을 지키려는 저자의 조심스러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창조론과 진화론, 동종요법, 침술 등과 관련된 과학적 기술 부분은 좀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가진 과학적 기법으로 설명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것을 비과학으로 치부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 일례로 증거기반의료는 정밀 의료의 출발점이 되고 있지만, 오히려 극한의 상황에서 치료법의 한계에 부딪히는 모순에 처하도록 방조하는 것은 아닐까. 비과학으로 치부되던 실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경우도 있고.

 

과학적 사고의 최고 유익은 아마도 사실에 기반한 정책 판단, 합리적인 여론 형성, 성찰적 자세 등에 끼치는 이점이 아닐까 싶다. 과학적 사실을 알더라도 자신의 신념, 이득, 여건에 따라 결정이 달라진다는 사례는 뼈아픈 시사점을 준다. 무조건적으로 습득하는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과학적 사고 방식이 필요한 결정적인 이유다.

 

미세먼지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모든 학교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과학적 사고에 따르면 과연 올바른 판단일까. 사회적으로 제대로 된 과학적 논쟁(?)도 없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정책이 추진된다고 하니, 정말 과학적으로 생각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미세먼지는 실외에서 문제가 되는데, 실내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는 것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교실내 공기정화장치는 수시로 문을 여닫는 학생들의 행동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제로 충분히 효과적일까. 학교 내 공기정화장치 설치 시범사업의 결과는 어떠했나...이 책의 최고 장점은,  반추하며 따져보는 꼼꼼함을 부지간에 학습시키는 데 있다.

과학이라는 활동은 그릇된 생각을 교정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기 위한 여러 습관과 기법을 개발해냈다. 이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아마도 회의주의다...과학자의 최고의 자질이다. 누군가의 데이터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 한 측정이 어떤 외부적 효과에 의해 편향됐거나 혼동됐는지를 늘 살피는 것은 과학에서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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