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강의 - 오늘날의 문제들에 답하는 인류학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지음, 류재화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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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학제 연구와 심도있는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 인류학이 그 예가 될지도 모르겠다. 협소한 관점과 시선으로 현상을 탐구하겠다는 자세가  경로 이탈을 예고하는 단초가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데 망설임 없는 강연. 레비 스트로스가 이시자카 재단의 초정으로 도쿄에서 진행한 세 번의 강의를 옮겨놓은것으로, 나처럼 문외한도 인류학의 목표와 방점을 이해하는 데 제 격인 입문서다.

 

레비 스트로스는 서구 문화 패권의 종말, 성-경제발전-신화적 사고 등 세 가지 현안,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재 인식 등 세 가지 주제 강연을 통해 인류학의 지향점과 성취를 소개하고, 왜 우리가 겸비한 자세로 인간 현상에 접근해야하는지 강조한다.

 

<서구 문화 패권의 종말>에서는 시대와 공간을 가로질러 연구하다보면 인간의 삶과 활동이 차이가 나기도 하지만 어떤 특징이 일관성 있게 나타난다는 점을 소개한다. 인간 현상을 연구하면서 차이를 찾아보면 어느 순간 독특하고 이상한 것들이 일관된 방식으로 정렬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원시 사회를 통해서 인간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상황을 탐구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어떤 사회의 가치를 객관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사회를 바라보는 사고 방식 자체까지 객관화하고자 하는 객관성에 도달하는 것, 사회생활의 양상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관되는 하나의 체계를 보고자 하는 전체성이 인류학의 목표가 된단는 점을 설명한다.

 

원시 부족과 현대 사회를 비교하면서, 경쟁과 대결로 치닫고 있는 현대 사회와 문화가 유일한 가치이며 이상적 현태라는 오만을 버려야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우리와 전혀 다른 비합리적이고 충격적인 문화의 풍속이나 모습도 하나의 체계이며, 현대 문명과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는 것도.

 

<세 가지 현안: 성, 경제발전, 신화적 사고>에서는 원시 부족의 풍습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오히려 사회의 내적 논리에 의해 배태된 것일뿐이며, 우리가 혐오하는 것들이 다른 사회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모습을 통해 순리대로 버려둘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사회는 내부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균형을 찾아가므로 너무나 성급하게 법률적 규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사회의 내적 논리를 통찰하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제발전과 관련해서는 하나의 경제 모델만 상정하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개발 사회의 단순성과 수동성은 개발주의적 사고가 투영된 것이며, 원시 사회가 사회의 통일성을 선호하고 자연의 힘을 존중하며 진짜 경쟁 정신을 배제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면서, 자연과 초자연, 인간 본성의 조화를 추구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새로운 경제 모델의 단서를 보여준다.


 

과학적 사고, 역사적 사고, 신화적 사고의 유사성도 소개한다. 역사를 객관적 진실보다는 편견이나 열망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한 점,  과학의 진보를 넘어서서 우리의 정신능력을 벗어나는 현상이 매 순간 확장되는 때, 특정한 사고 방식으로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화두를 던지면서 과학적 사고, 역사적 사고, 신화적 사고를 별개로 투사하는 편벽진 관점이 아니라 각각의 사고 방식에 있어서 친밀감을 이해하는 데까지 대담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문화적 다양성>에서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축소하려 했던 현대 문명의 가짜 진화론적 사고를 배척하고, 동일한 발전선상에서 순차적으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문화는 평행의 길을 따르면서 상황과 맥락에 따라 일치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는 점을 이해하도록 설득한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치판단이나 동기, 관념, 주요 관심사에 매몰된 참조 체계가 다른 문화나 세계를 왜곡되게 인지하거나 아예 간과할 수 있는 위험성에 주의하면서, 비교 가치를 따지고 판단해 도식화하는 것을 금하는 한편 각 문화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관점이나 사고 방식이 스스로 속한 문명과 사회의 산물임을 잊지 않는 객관성을 견지하면서도 사회의 유기적 체계를 관통하는 전체성의 시야를 갖추려는 인류학의 학문적 목표는, 열린 사고를 통해 제 3의 세계를 지향하는 이들에게도 묵직한 시사점을 준다. 서구 문명 찬양 일색인 우리 시대, 우리 사회에서는 더더욱 읽혀져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전 세계가 점차적으로 기술, 삶의 방식, 의상, 심지어는 오락마저도 모두 서구의 것을 빌려서 하고 있지 않습니까?..서구 문명이 자신을 의심하고 시작하고 있는 마당에, 이제 막 서구로부터 독립한 민족들이 서구 문명을 계속해서 권장하고 있는 것입니다...개인 또는 집단 간에 필수 불가결한 장애물이 약해지면, 교환이 너무 쉽게 이루어져 다양성이 사라지고 획일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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