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하버드에 오다 - 1세기 랍비의 지혜가 21세기 우리에게 무엇을 뜻하는가
하비 콕스 지음, 오강남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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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 예수'라는 안내문이 독서를 도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수님을 수단화하여 학문의 지식으로 뽑아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단견은 첫 장을 펴는 순간까지도 마음의 갈등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구원의 통로로서 믿음의 대상이자 목표가 되는 예수님이 아니라, 인간의 선을 이루는 방안으로써의 예수님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신학 교수가 하버드  지성인들을 위한 윤리학 강의를 개설하고, 그 주인공으로 예수님을 선택한 저의를 파악하고 싶은 호기심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시작된 혼란과 불확실환 상황은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키며 신학 대신 과학이 모든 학문의 여왕으로 등극한 현실에서, 저자는 누가 과연 이 과목을 수강할까 걱정했지만, 예상과 달리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몰렸다고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윤리적 딜레마에 처하면 그 문제가 윤리적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내가 무슨 일을 해야할지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은 후 해답대로 실천한 용기를 갖는 게 중요한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잘 계발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기준이 될 만한 이야기와 상상력을 연계하여 윤리적 자세를 기르도록 하는 모범으로 예수님을 선택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자기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폭넓은 이야기를 통해 비유와 행동으로 일침을 가한 예수님의 삶을, 4 복음서를 조망하면서 윤리적 각성으로 연결한다.  이 책은 윤리적 딜레마를 세세하게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4 복음서의 장면에서 추출하는 대신 4 복음서를 차근차근 되짚어가면서 가장 윤리적인 지침이 될 수 있는 말씀들이 어떤 이유로 현대에서 윤리적 영감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는지에 주목한다. 그러므로 강의의 개설 목적은 윤리학이었을지라도 오히려 어떻게 성경을 읽고 적용할 것인가의 실천 중심의 신학 강좌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저자의 강점은 4 복음서의 배경과 시대를 고려하면서 철저하게 랍비 예수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 방법은 오히려 21세기 전의 성경을 오늘 날  어떻게 읽고 받아들여야하는지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이 되기도 한다.

 

종교가 실제로 일어난 사실인가 아닌가에만 천착하며 박제화되어가는 모순을 제기하면서,  실제 일어난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의 참됨을 찾아 삶의 복잡한 차원의 참됨으로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4 복음서가 보여주는 예수님의 이야기는, 자신의 경험에 자신감이 결여되어 이야기 하기를 주저하므로 서사와 설화의 힘을 품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서로의 경험을 알리고 삶을 확인하며 비교하면서 일상 수준의 이상에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확신을 표명한다.

 

보다 깊은 수준으로 이야기하는 궤도를 쫓으면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십자가 사건과 부활에 대한 대목이었다.

 

본 회퍼를 인용하면서 지금은 기독교에 대한 비종교적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주장한다.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버린 사건으로,  세속을 떠나 초월적 구원을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고통 당하는 하나님의 고통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지금도 무시되고 도외시된 사람들과 함께 고통받고 씨름하는 바, 기독교인이든 그렇지 않든 삶에서 우리의 좌표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부활은 살아난 시체, 귀신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인간의 언어가 가진 한계 내애서 정말로 진실되고 특별한 것이라 믿은 무언가를 묘사한 것이란 의견도 주목할만하다.

 

기독교가 부활을 듣고 인정한 사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어떤 방법이든 살아있음을 경험한 이들에게서 출발했으며, 그 경험이 이야기를 지탱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하나님의 나라의 현실성, 샬롬을 선포하면서 예수님이 제시한 일들을 제자들이 계속하게 나가도록 하는 것이 부활의 참된 의미로,  단순히 믿음을 확신하는 것이 아니라 부활의 삶을 선택하는 희망을 갖도록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헤어날 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삶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진실한 것을 우리는 감지하게 되고, 이것이 부활 이야기가 전하는 참됨이라는 점을 각성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해석은 아류이며 무엇보다 이야기가 일깨우는 경험에 주목하도록 종용한다.

 

종교의 외투를 벗어버리고, 예수님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삶의 구체적인 변화를 체험하도록 다양한 삽화와 학문적 식견을 곁들이면서도 전혀 어렵지 않게 기술한 저자의 역량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선사한다. 책의 말미에 이르면 윤리학, 종교학, 신학 등을 구분하면서 구원자 예수님으로서만 재단하는 것이 오히려 예수님을 가장 수단화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고 할까.

그들은 모두 나사렛 예수를 더 알면 알수록 그들의 윤리적 사유가 그만큼 명쾌하게 되리라는 희망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많은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가장 큰 윤리적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믿은 이 인간 예수를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많은 경우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가 잘못된 곳에서 그를 찾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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