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EAD 니체 How To Read 시리즈
키스 안셀 피어슨 지음, 서정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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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철학은 기존 사상의 정반대 지점으로 비집어 올라가 기어이 비틀어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는 빛과 꿈, 예언과 밝음, 그리고 여기에서 기인하는 가현성, 이해가능한 지식, 중용과 관련된 아폴론적인 세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무정형의 흐름, 신비로운 직관, 극단과 관련된 디오니소스적인 세계를 상정하면서 아폴론적인 세계는 개별자를 대변하고, 디오니스소적인 세계는 개별성이 해체되어 자연의 근본적인 힘과 에너지로 녹아들어 그 안에서 기쁨을 향유한다고 주장한다. 니체는 비극의 영웅들은 아폴론적인 세계 속에서 시련과 고통을 분투하는 개별자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상은 개별화의 고통을 겪는 디오니소스적 영웅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자연으로 융합된 하나의 상태일뿐 개별성은 모든 악의 원인이므로  거부되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즉, 우리의 고통은 자연으로부터 소외되어 개인화되어 있고, 이를 인식하면서부터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리스의 비극이 감정을 정화시키는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주장했지만, 니체는 비극이 주는 공포와 연민은, 파괴로 인해 얻게되는 디오니소스적 숭고미를 통해 디오니소스적 세계로 편입되는 생의 기쁨을 선사하면서 인간의 의지를 억압하고 부정하는 허무주의를 극복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통해서는 절대 진리에 대하여 정면으로 부정한다. 니체는 형이상학적 철학의 결함을 지적하면서, 사물의 기원은 그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갖는 물자체의 개념에서 기원하는 것이 아니며 세계는 승화과정을 통해 보여지는 일종의 현상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기원과 끝을 찾으려는 확실성에 대한 철학의 시도를 종교의 잔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우주의 기원, 목적 등을 묻는 질의는 윤리와 종교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우리의 시선을 왜곡시키므로 이러한 질문에 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식의 개발이 아니라 새로운 철학자들이 도래하여야한다고 주장한다.


<선악을 넘어서>, <우상의 황혼> 등을 통해서 니체는 심리학과 과학의 초보 단계에서 등장하는 이성의 언어가 특정한 방식으로 사유하게 만드는 습관을 갖게 하며, 이 때문에 세계를 허구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묘사할 중립적인 용어를 갖지 못한 인간의 결함으로 인해 진실에서 벗어나 비이성적 개념으로서 도덕과 형이상학을 찬양해왔다고 지적한다.


<즐거운 학문>, <이 사람을 보라> 등에서 니체는 신의 죽음을 언급한다. 니체는 세계 너머에 대한 환상이 현실의 삶과 그릇된 관계를 맺게 한다고 생각하면서 상징적인 신, 기독교적인 신은 죽었으며, 우리가 천착한 구조와 질서, 즉 신학적, 철학적 신념 등도 근거를 상실하게 되었다고 단언한다. 우주를 유기체나 기계로 보는 것, 삶을 죽음에 대립되는 것으로 보는 것, 신에 대한 허구를 물질에 대한 숭배로 대체하는 것 등에 대하여 경계할 것을 강조한다. 현세를 경멸하면서 경험하지 못한 영원한 세계를 갈구하는 대신 영원한 세계를 우리가 늘상 살아내는 유일한 현실에 아로새겨야 한다고 덧붙인다.

 

정치적 환상으로 세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같은 삶을 다시 한번 살기 원하는 태도로 살아내는, 현재와 똑같은 삶이 반복되는 영원회귀의 개념을 삶에 적용할 것을 강조한다.

 

배후와 이면을 살피고, 의문부호와 오해를 잔뜩 지닌 채 막연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들을 분석해야 한다고 믿은 니체는 집요하게, 그러므로 자기파괴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이 부정과 극단에 섬으로써 철학의 지평이 넓혀왔다. 그의 방식을 차용하자면, 인간의 개별성이 사라지는 디오니소스적 세계를 지향한다면 도대체 영원회귀의 개념까지 펼치면서 개별적 생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며, 차선은 하루 빨리 죽는 것이라는 섬뜩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닌가 싶은.

 

모든 만물은 생성해왔으므로 역사적으로 철학하기가 필요하다고 단언했는데, 니체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정과 극단을 넘나들며 자기 모순과 자기 파괴의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댄 그의 삶의 이력을 분석함으로써 그를 알아가는 데서부터 출발해야한다는 생각도 든다.

 

철학교수 출신인 저자의 장점은 니체의 저작을 차례대로 소개하면서 그의 사상 읽기를 독려하는 데서 드러난다. 저자가 걸러내고 그려낸 니체가 아니라 니체 자신의 육성으로 그의 철학을 표현하도록하는 기술 방식은 친철하지는 않지만, 편견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서술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같은 철학의 문외한들에게는 저자의 전문성을 살려 니체 철학의 개요를 간단하게라도 저자의 후기 방식으로 서술하여 삽입했다면 이해도와 가독성을 훨씬 높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슬로터다이크는 니체가 자기 정당화를 위해 자기중심적 논리에 빠져 있으며 스스로가 위대한 원한의 희생자가 되었다고 주장한다..중략..니체는 끊임없이 타인에 의해 찬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사람의 태도를 취하거나 자신의 천재성을 알아주지 못하는 동시대인들 때문에 스스로를 위한 찬가를 불러댄다는 것이다. 니체는 계속해서 자신을 착취하고 자신의 활력과 지적 능력을 명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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