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환생 2
이세 지음 / 청어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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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은 기적이라고 했는데, 그 기적이 내게 찾아왔다.(284p)

전권에서 주인공들이 어려서 본격적으로 펼쳐지지 못했던 로맨스는 마지막 권에 들어오면서 폭발한다. 자라면서 주위의 친구들을 연인으로 보기 시작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사랑하을 하랗 누구를 만나서 그 사랑을 이루어갈까가 주요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물론 팩션답게 역사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권보다 더 집중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권에서는 영조와 사도세자, 그리고 세자였던 이산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이번 이야기 속에서는 영조가 살아있지만 병환으로 인해서,  나이로 인해서 다음 왕위를 물려주어야 할 시기가 되었으므로 본격적인 왕권쟁취에 더욱 힘쓰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을 하게 된다.

 

역사책에서 보았던 각 붕당들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시점이다. 특히 여기에서는 노론파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노론을 중심으로해서 왕권을 쟁취하려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사람들을 매수하고 자신들과 편이 다르면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게 저질러지는 것을 보면서 권력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저토록 잡으려고 하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에 허구적인 인물을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해가는 방식의 팩션이지만 실제로 그 시절에 살았던 인물들을 부수적인 인물로 선택해서 사실감을 높였다. 영조나 정조는 실제로 조선을 다스렸던 왕이고 그들의 누이라던가 중전들도 실명 그대로 사용되었고 각종 난을 일으켰던 인물이라던가 실제적인 사건을 만들어내었던 인물들도 존재한다.

 

단 주인공들은 철저히 허구적인 인물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한세'라는 인물이 현대에서 '세아'라는 인물로 존재했었기 때문이다. 너무 이쪽에만 초점을 맞춘것이 염려되었을까 작가는 현대로 한번 더 넘어갔다 오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세아가 이곳에서 한세란 인물로 태어나고 성장을 하는 긴 시간 동안 현대의 세아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여기에 있는 인물과 그곳에 있는 인물이 같은 만큼 동시에 둘다 삶을 살아갈수는 없는 법, 분명 저쪽의 세아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음이 틀림없다. 우리는 그 과정을 잊고 이곳에서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일반적으로 조선시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가는 기법과는 또 다른 신선함이다.

 

그곳에서 살던 사람이 그대로 넘어온 것도 아니니 타임슬립이라 할수도없다. 진정한 환생인 것이다. 마지막 권인만큼 작가는 이쪽과 저쪽을 완벽하게 정리를 하고 있다.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또 한편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 버린다.

 

이야기 속에서는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이 자주 드러나는 편이다. '클라셰'라고 했던가 자칫 잘못하면 진부해보이고 남의 것을 따라했다는 비난을 받을수도 있는 요소이지만 적절히 가감함으로 인해서 그 공이 바래지 않았다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다들 알만큼 유명했던 드라마의 소재들은 는 거의 한번 이상 사용되는 듯 하다.

 

각종 재료들이 적절한 배합으로 인해서 다른 음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작가도 자신이 보았던 것, 경험했던 것, 들었던 것을 맛깔나게 버무림으로써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어떤 요소들이 들어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새로운 재미라 할수 있다. [우아한 환생]을 거쳐서 마무리 된 이야기는 [우아한 초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 초대는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이끌어낼지 당신에게 주어진 이 우아한 초대를 받아들일지는 당신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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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환생 1
이세 지음 / 청어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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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우아한 환생 아닐까. 조선시대 양반집 가문에서 태어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없다면 환생을 한들 무얼하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재 시대에서는 오세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그녀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한세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취직을 하기도 힘들고 조교로써 겨우 밥벌이만 하고 살던 그녀. 고시방에서 살고 있으며 학자금 대출때문에 허덕거려야 했고 재혼한 엄마때문에 일찌감치 독립을 해야 했던 그녀. 오히려 지금 이 환생이 그녀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된다.

 

처음에는 현재의 모습으로 살았던 시대의 생각을 유지하고 있었던 그녀지만 어느새인가 모르게 그녀는 자신의 몸에 적응해가기 시작한다. 분명 아기의 몸속에서 젊은 여자의 생각으로만 살고 있었던 그녀였지만 동무들과 어울리고 자라나면서 점점 그 나이에 따라 맞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가끔씩 불쑥 튀어나오는 본 마음은 어쩔수 없었겠지만. 오히려 그런 그런 생각이, 드러낼 수 없는 그녀의 생각이 드러날 때마다 그것은 현재와 연결되어 더욱 재미를 준다. 어린 시절을 보내고 사춘기 청년시절을 지나 성년시절에 이르렀다. 그녀는 어떤 모습으로 자라났을까.

 

종영한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도깨비]라는 드라마는 아직도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환생'이라는 소재가 이 드라마만큼 자연스럽게 드러났던 적이 있었을까. 사람의 인생은 총 4번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당신의 몇번의 생을 살고 있는가. 사람들은 죽을 때 '망각의 차'를 마심으로써 자신의 생의 기억을 지울수도 있고 또는 그대로 기억하고 있을수도 있다.

 

현재 자신이 있던 곳에서 죽음을 맞지 않고 조선시대로 이동하게 된 세아는 전생이라는 개념과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아이로 태어났으니 다시 태어남, 즉 환생이라 할 수도 있겠다. 전생과 타임슬립의 두가지가 적당히 섞여 있는 이야기는 당연히 흥미를 유발하고 재미를 줄 수밖에 없다.

 

역사를 공부하고 있던 그녀는 남들보다는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다. 그것이 그곳에서 살아가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물론 어렸을때는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말이다.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시절의 그녀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고 모든 것이 답답하고 역겹게만 여겨지지만 말을 하기 시작하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그녀는 뛰어난 인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도 그러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드러나는 것을 피했다. 자신의 출생이 얽힌 비밀로 인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떤 인생을 그 곳에서 살아가게 될까. 그녀가 이동하게 된 시대는 영조 시대였다. 정조 임금이 되는 이산이 아직은 어린 시절. 영조가 조선을 다스리고 있던 시절. 사도세자가 아직 세자이던 시절, 그 시절에 태어난 그녀는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게 될까.

 

빠른 전개로 인해서 지루함을 느낄수도 없이 휙휙 지나간다. 출생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녀가 그곳에서 살아가면서 벌이는 일들을 빠른 장면전환으로 펼쳐놓고 있다. 잡다하게 늘어지는 이야기들은 다 잘라냈다. 그럼으로 긴장감을 유발하고 속도감을 주며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효과도 유발했다.

 

그 당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그들이 성장한 이후에 초점을 맞추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집중하고있다. 현재와 조선시대를 연결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어느덧 그곳에 적응한 그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홀릭 감성소설 시리즈에 맞게 감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녀를 중심으로 닿아있는 여러 인연들. 그녀는 주인공으로써 충분한 매력을 가지고 있고 그 매력을 외면할 남자들은 없다. 쟁쟁한 남자들과 연결되어 있는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녀의 선택과 정치적으로 악화되어 가는 시기적 쟁점이 다음 이야기로 빨리 넘어가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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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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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 단 2분.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튈 시간이다. 더이상의 여유는 없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뒷덜미를 잡혀서 차가운 감방 안으로 몸을 맡겨야 할 신세가 될 것이다. 욕심을 부리면 망한다.

 

액션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야기가 전면에 펼쳐진다. '속도감'이라는 것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책장은 순식간에 넘겨지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게 되어 버린다. 로버트 크레이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데몰리션 엔젤]이었다. 폭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역시 대단하다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는 작가였다. 이름을 기억했다. 새로운 책을 보았다. 이 또한 역시였다. 그렇다면 이 작가 액션 스릴러 장르에서는 믿고 볼 수 있게 된다. 대단하다.

평범한 오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로 은행을 방문한다. 돈을 찾기 위해서, 넣기 위해서, 빌리기 위해서 . 그들이 일을 계획하고 그곳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우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맞아버렸을 뿐. 평범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일을 보는 그 시간, 2인조 강도가 침입한다. 완전무장을 한 채. 그들은 돈을 담으라고 가방을 넘겨 주지만 왠지 모르게 아마추어의 느낌을 피할 수는 없다.

 

그곳에 있었던 은퇴한 보안관 대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딱 하나 시간만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전문가라면 자신들의 우위를 드러내지 않는다. 딱 필요한 업무만 보고 재빨리 달아난다. 그들은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 필수적인 요소 2분을 훌쩍 넘겼다. 그들이 은행문을 나서는 순간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장르에서 등장하기 마련인 뛰어난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지금 막 감옥을 나온 나이 든 전과자가 그 주인공이다. 은행을 털다가 잡혀간 그. 도망갈 이유는 충분했지만 불가피한 상황때문에 그는 그곳에 있어야만 했다. 선의로 벌어진 일. 분명 잡히지 않아도 되는 그는 다른 사람을 살린 댓가를 이제 막 치뤘다.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아들을 그리워하는 그는 나가자마자 아들을 만나볼 참이다.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랐다. 몇년전에 마지막으로 온 그녀의 편지속에서 아들은 경찰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을 닮지않음의 더욱 자랑스러운 아빠인 그는 아들을 그렇게 만나보고 싶어했다. 그런 그에게 아들의 죽음이 찾아온다. 이제 곧 만날 수 있는데, 자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운명은 가혹히도 그들 부자의 만남을 파괴해 버렸다.

 

경찰이었던 아들은 왜 무슨 이유로 쥭었던 것일까. 동료 4명의 경관과 함께 죽음을 당했다는 그는 무슨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제 막 경찰이 된 그가 중요한 임무를 맡았을 리도 없고 순찰경관이었던 그가 조직범죄에 휘말릴 이유도 없는데 그는 왜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그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죽은 시체로 발견되어야만 했을까. 아들의 얼굴을 잘 알지도 못하는 아빠는 그것이 안타깝다. 대체 자신의 아들이 무슨 일에 휘말렸을까가 궁금하다.

 

단지 궁금함에서 시작된 일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도움의 손길을 뻗은 그. 자신을 체포한 전직 FBI요원에게 연락을 취한다. 아이들 때문에 일을 그만 둔 그녀는 자신이 직접 잡아서 감옥에 보냈던 그의 말을 믿어주고 그를 도와주게 될까.

 

악연이라면 악연일수 있는 그들의 만남이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까. 전과자와 법 기관의 집행자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상상밖의 일이라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분명 이런 전개로 가면 이런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마지막 막다른 길에서 옆으로 휙 돌아버리는 루트처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야기는 조금도 방심을 할 수 없고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아들을 죽인 원인을 알고자 했던 아버지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들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과연 무엇일까. 주어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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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7-03-08 21:44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난 2017-03-24 13:50   좋아요 0 | URL
2009년 작품이라 조금 시간이 지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도 탄탄하고 요즘 읽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이 좋은 작품입니다.
 
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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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포지교]라는 말을 아는가. 관중과 포숙이라는 사람의 우정틀 잘 드러내는 사자성어. 모름지기 친구라면 그 정도로 서로를 믿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장영희와 김점선의 관계가 그러하다. 글을 쓰는 장영희와 그림을 그리는 김점선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였을 것이다.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년도에 두달간의 차이를 두고 하늘로 돌아간 그들. 더이상은 그들의 글을 볼 수 없고 그림을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은 아마도 그곳에서도 서로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마나마 소설이나 자신들에게 필요한 계발서를 읽는 인구는 있으나 시를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디다. 하물며 영시라니.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일까. 장영희 교수는 자신이 직접 번역을 하고 컬럼을 써서 신문에 연재하는 일을 계속해왔다. 투병중에도 그 일은 놓지 않을만큼 애정을 가졌다.

 

그녀가 연재하는 신문을 보고 있었기에 나 또한 신문에서 그녀의 칼럼들을 읽어왔다. 길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해석이 있어 더욱 쉽게 읽혀지는 시들이 아름다웠다. 그런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이 있을까.

 

같은 저자의 작품은 2014년 출판된 [다시, 봄]이라는 책과 비교할 수 있겠다.  '가지 않은 길'이라던가 '3월님 어서 오세요' 같은 몇몇의 시들은 두 권 모두에 수록된 것을 볼 수 있다. 1년이라는 타이틀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시들을 엄선한 것이 그 책이라면 비채에서 출판된 이번 책, [생일, 그리고 축복]은 장영희 교수의 [생일]과 [축복]을 묶어서 합본으로 만든 것이다. 그만큼 많은 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그림을 느낄 수 있다.

 

혹시 시라는 것을 외워 본 적이 있는가. 학교 다닐 때 외워본적이 있지만 그 후에는 없을 것이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시란 어떤 존재일까. 시험에 나오는 장르이면 공부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외면하는 장르일까. 영문학과나 일문학과처럼 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마저 줄고 있으니 몇년 후에는 대학에서 이런 학문을 전공하는 과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문학이라는 장르는 실생활에서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정신세계를 이해할수 있는, 삶에 가장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용적이지 않다고 해서 외면해버려야 할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일테니 말이다.

 

시가 어려워서 못 외우겠다는 소리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시를 한번 보자.

 

Faiyr tale                                 동화

 

There once was a child            옛날 날마다 

living every day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Expecting tomorrow                  바라며 살아가는

to be different from today.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영어로도 간단할 뿐 아니라 한국말로도 간단하다. 더없이 간단한 이것이 시인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짧은 글로써 운율을 맞추어서 쓰는 것이 시라면 당연히 이 또 한 시이다. 글로리아 밴더빌트의 시. 철도왕의 딸로 큰 재산을 물려받았고 부유하게 살았지만 자신의 큰 아들이 눈앞에서 투신자살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던 그녀.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썼을까. 이 짧은 한 문장을 통해서 자신의 시를 읽어줄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누구나 다 내일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일이 오늘과 다르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더욱 기대하고 그 기대감으로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시 속에서 나타나는 저 한 아이 바로 나 자신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시 속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가면서 읽다보면 재미도 있고 그닥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저자는 아마도 그런 것을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해석을 하면서도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쓰는 그런 말들을 사용했고 칼럼도 길지 않게 씀으로 말미암아 긴 글에 부담을 느끼거나 지칠수 있는 독자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봄이다. 어둡고 칙칙한 모노톤에서 벗어나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의 꽃들을 기대하게 되는 그런 봄이다. 핑크빛의 꽃무늬가 가득한 이 책의 표지가 봄에 가장 어울려 보인다. 이번 봄에는 이 책을 들고 꽃놀이를 떠나봐야겠다. 아름다운 꽃비를 맞으며 나즈막히 시 한편을 읖조려 보노라면 그 곳이 지상낙원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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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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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싸우며 살아간다......그 상징이 동계 스포츠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야생을 되찾는 일 아닐까. 겨울의 마법은 그것을 내게 알려주었는지 모른다.(186p)

2018년 드디어 내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까지 개최한 한국이지만 동계올림픽 선정지로 지명이 되기까지는 몇번의 고배를 마셨다.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끝에 드디어 한국의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준비는 잘 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전 세계가 알다시피 한국의 정치권은 떠들썩한 상황이고 분단된 반쪽의 나라에서 벌인 일 때문에 여기까지도 여파가 밀려왔고 그들이 쏘아대는 미사일때문에 우리 또한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한 외교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올림픽을 대비하는 경기가 속속들이 치뤄지고 있고 선수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숙소나 교통, 식사및 편의시설까지 보완해야 할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이 국제적인 경기를 잘 치뤄낼 수 있을까.

 

하루키는 작가이면서 음악에 관심이 많다. 게이고는 작가이면서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작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는 따로 있는 법이다. 하루키가 쓴 음악에 관한 대담집도 읽었고 그가 올림픽을 관람하고 썼던 [시드니]도 읽었다. 이번에는 게이고의 올림픽 관람기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계올림픽.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관람하고 쓴 이야기. 하루키의 관람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사실 게이고는 뛰어난 소설가다. 많은 작품을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회적인 이슈를 작품속에 녹여내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동계스포츠를 작품속 소재로 삼기도 한다. [백은의 잭],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질풍론도]가 그 예다. 매니아라고 칭할수도 있는 그가 직접 보고 느낀 올림픽은 어떠할까.

 

도입부부터 게이고는 독특함을 보인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사람으로 둔갑시켜 주인공으로 삼아 버렸다. 아무래도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익숙한 작가이니 소설의 기법을 차용한 것이다. 고양이가 주인인 아저씨와 그의 편집자와 함께 토리노로 여행을 간다. 상상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에게 익숙한 스키나 썰매종목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경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비록 금메달 하나밖에  따지 못했지만 - 그것도 자신들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종목에서 - 그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일본이 순위권에 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자신들의 앞날이 밝다면서 기뻐하고 있다. 뒷부분에 한국과 비굫를 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이 금메달을 일본보다 많이 따긴 했어도 전부 쇼트트랙 한 종목에 편파되어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그들은 거의 모든 종목의 경기장을 갔지만 쇼트트랙 경기장은 가지 않았다. 금메달을 한 종목에서 많이 따는 것과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어도 여러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가 많은 경우, 어느 것이 나은 것일까. 장기전과 단기전으로 볼 수도 있겠다.

 

벌써 11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 현재의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가. 쇼트트랙은 여전히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만큼 세대교체에 성공해서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고 약간 답보상태이긴 하지만 썰매 종목에서도 순위권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고 김연아 선수 이후 피겨쪽에서도 신예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종목에서 평창올림픽을 대비한 귀화선수들이 출전 대기중이다.

 

작가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그들은 메달을 바라고 기대한다. 그런 종목에 대해서 방송을 하고 메달을 따면 부각이 된다. 그후 붐을 타고 사람들이 참여를 하고 선수층도 넓어지는 계기가 된다. 그런 점은 한국과 일본이 묘하게 닮았다.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즐기는 유럽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결과주의라고 할까.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게이고를 볼 수 있을까. 가까우니 방문을 할 것이다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해보게 된다. 그가 보는 평창 올림픽은 어떨까. 하나 더 이책의 뒷편에 있는 [2056년 쿨림픽]이라는 제목을 단 단편 소설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물론 재미를 주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 작가의 예언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삶을 서서히 바꾸어 놓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스포츠 경기에도 영향을 줄까. 정말 그가 소설속에서 예언한대로 동계올림픽은 쿨림픽이 되고 말 것인가. 픽션을 통해서 그가 하고자 하는 경고를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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