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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미닛 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주어진 시간 단 2분.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튈 시간이다. 더이상의 여유는 없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뒷덜미를 잡혀서 차가운 감방 안으로 몸을 맡겨야 할 신세가 될 것이다. 욕심을 부리면 망한다.
액션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야기가 전면에 펼쳐진다. '속도감'이라는 것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책장은 순식간에 넘겨지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게 되어 버린다. 로버트 크레이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데몰리션 엔젤]이었다. 폭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역시 대단하다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는 작가였다. 이름을 기억했다. 새로운 책을 보았다. 이 또한 역시였다. 그렇다면 이 작가 액션 스릴러 장르에서는 믿고 볼 수 있게 된다. 대단하다.
평범한 오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로 은행을 방문한다. 돈을 찾기 위해서, 넣기 위해서, 빌리기 위해서 . 그들이 일을 계획하고 그곳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우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맞아버렸을 뿐. 평범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일을 보는 그 시간, 2인조 강도가 침입한다. 완전무장을 한 채. 그들은 돈을 담으라고 가방을 넘겨 주지만 왠지 모르게 아마추어의 느낌을 피할 수는 없다.
그곳에 있었던 은퇴한 보안관 대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딱 하나 시간만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전문가라면 자신들의 우위를 드러내지 않는다. 딱 필요한 업무만 보고 재빨리 달아난다. 그들은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 필수적인 요소 2분을 훌쩍 넘겼다. 그들이 은행문을 나서는 순간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장르에서 등장하기 마련인 뛰어난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지금 막 감옥을 나온 나이 든 전과자가 그 주인공이다. 은행을 털다가 잡혀간 그. 도망갈 이유는 충분했지만 불가피한 상황때문에 그는 그곳에 있어야만 했다. 선의로 벌어진 일. 분명 잡히지 않아도 되는 그는 다른 사람을 살린 댓가를 이제 막 치뤘다.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아들을 그리워하는 그는 나가자마자 아들을 만나볼 참이다.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랐다. 몇년전에 마지막으로 온 그녀의 편지속에서 아들은 경찰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을 닮지않음의 더욱 자랑스러운 아빠인 그는 아들을 그렇게 만나보고 싶어했다. 그런 그에게 아들의 죽음이 찾아온다. 이제 곧 만날 수 있는데, 자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운명은 가혹히도 그들 부자의 만남을 파괴해 버렸다.
경찰이었던 아들은 왜 무슨 이유로 쥭었던 것일까. 동료 4명의 경관과 함께 죽음을 당했다는 그는 무슨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제 막 경찰이 된 그가 중요한 임무를 맡았을 리도 없고 순찰경관이었던 그가 조직범죄에 휘말릴 이유도 없는데 그는 왜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그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죽은 시체로 발견되어야만 했을까. 아들의 얼굴을 잘 알지도 못하는 아빠는 그것이 안타깝다. 대체 자신의 아들이 무슨 일에 휘말렸을까가 궁금하다.
단지 궁금함에서 시작된 일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도움의 손길을 뻗은 그. 자신을 체포한 전직 FBI요원에게 연락을 취한다. 아이들 때문에 일을 그만 둔 그녀는 자신이 직접 잡아서 감옥에 보냈던 그의 말을 믿어주고 그를 도와주게 될까.
악연이라면 악연일수 있는 그들의 만남이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까. 전과자와 법 기관의 집행자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상상밖의 일이라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분명 이런 전개로 가면 이런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마지막 막다른 길에서 옆으로 휙 돌아버리는 루트처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야기는 조금도 방심을 할 수 없고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아들을 죽인 원인을 알고자 했던 아버지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들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과연 무엇일까. 주어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