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미닛 룰 모중석 스릴러 클럽 22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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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 단 2분. 모든 것을 마무리 하고 튈 시간이다. 더이상의 여유는 없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뒷덜미를 잡혀서 차가운 감방 안으로 몸을 맡겨야 할 신세가 될 것이다. 욕심을 부리면 망한다.

 

액션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하는 이야기가 전면에 펼쳐진다. '속도감'이라는 것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다. 책장은 순식간에 넘겨지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게 되어 버린다. 로버트 크레이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데몰리션 엔젤]이었다. 폭탄을 소재로 한 스릴러. 역시 대단하다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는 작가였다. 이름을 기억했다. 새로운 책을 보았다. 이 또한 역시였다. 그렇다면 이 작가 액션 스릴러 장르에서는 믿고 볼 수 있게 된다. 대단하다.

평범한 오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로 은행을 방문한다. 돈을 찾기 위해서, 넣기 위해서, 빌리기 위해서 . 그들이 일을 계획하고 그곳을 방문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우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맞아버렸을 뿐. 평범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일을 보는 그 시간, 2인조 강도가 침입한다. 완전무장을 한 채. 그들은 돈을 담으라고 가방을 넘겨 주지만 왠지 모르게 아마추어의 느낌을 피할 수는 없다.

 

그곳에 있었던 은퇴한 보안관 대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딱 하나 시간만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전문가라면 자신들의 우위를 드러내지 않는다. 딱 필요한 업무만 보고 재빨리 달아난다. 그들은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 필수적인 요소 2분을 훌쩍 넘겼다. 그들이 은행문을 나서는 순간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장르에서 등장하기 마련인 뛰어난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지금 막 감옥을 나온 나이 든 전과자가 그 주인공이다. 은행을 털다가 잡혀간 그. 도망갈 이유는 충분했지만 불가피한 상황때문에 그는 그곳에 있어야만 했다. 선의로 벌어진 일. 분명 잡히지 않아도 되는 그는 다른 사람을 살린 댓가를 이제 막 치뤘다.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아들을 그리워하는 그는 나가자마자 아들을 만나볼 참이다. 자신을 닮지 않기를 바랐다. 몇년전에 마지막으로 온 그녀의 편지속에서 아들은 경찰이 되었다고 했다. 자신을 닮지않음의 더욱 자랑스러운 아빠인 그는 아들을 그렇게 만나보고 싶어했다. 그런 그에게 아들의 죽음이 찾아온다. 이제 곧 만날 수 있는데, 자랑스러운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운명은 가혹히도 그들 부자의 만남을 파괴해 버렸다.

 

경찰이었던 아들은 왜 무슨 이유로 쥭었던 것일까. 동료 4명의 경관과 함께 죽음을 당했다는 그는 무슨 조사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제 막 경찰이 된 그가 중요한 임무를 맡았을 리도 없고 순찰경관이었던 그가 조직범죄에 휘말릴 이유도 없는데 그는 왜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그 곳에서 동료들과 함께 죽은 시체로 발견되어야만 했을까. 아들의 얼굴을 잘 알지도 못하는 아빠는 그것이 안타깝다. 대체 자신의 아들이 무슨 일에 휘말렸을까가 궁금하다.

 

단지 궁금함에서 시작된 일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워 도움의 손길을 뻗은 그. 자신을 체포한 전직 FBI요원에게 연락을 취한다. 아이들 때문에 일을 그만 둔 그녀는 자신이 직접 잡아서 감옥에 보냈던 그의 말을 믿어주고 그를 도와주게 될까.

 

악연이라면 악연일수 있는 그들의 만남이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수 있을까. 전과자와 법 기관의 집행자가 한 팀이 되어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상상밖의 일이라 더욱 흥미를 유발한다.

 

분명 이런 전개로 가면 이런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마지막 막다른 길에서 옆으로 휙 돌아버리는 루트처럼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이야기는 조금도 방심을 할 수 없고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아들을 죽인 원인을 알고자 했던 아버지의 소망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들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과연 무엇일까. 주어진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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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2017-03-08 21:44   좋아요 0 | URL
이런 책이 있는지 몰랐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난 2017-03-24 13:50   좋아요 0 | URL
2009년 작품이라 조금 시간이 지났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거리도 탄탄하고 요즘 읽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이 좋은 작품입니다.
 
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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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포지교]라는 말을 아는가. 관중과 포숙이라는 사람의 우정틀 잘 드러내는 사자성어. 모름지기 친구라면 그 정도로 서로를 믿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장영희와 김점선의 관계가 그러하다. 글을 쓰는 장영희와 그림을 그리는 김점선은 마음을 나누는 친구였을 것이다.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같은 년도에 두달간의 차이를 두고 하늘로 돌아간 그들. 더이상은 그들의 글을 볼 수 없고 그림을 볼 수 없음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은 아마도 그곳에서도 서로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마나마 소설이나 자신들에게 필요한 계발서를 읽는 인구는 있으나 시를 읽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디다. 하물며 영시라니.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일까. 장영희 교수는 자신이 직접 번역을 하고 컬럼을 써서 신문에 연재하는 일을 계속해왔다. 투병중에도 그 일은 놓지 않을만큼 애정을 가졌다.

 

그녀가 연재하는 신문을 보고 있었기에 나 또한 신문에서 그녀의 칼럼들을 읽어왔다. 길지 않은 이야기들 그리고 해석이 있어 더욱 쉽게 읽혀지는 시들이 아름다웠다. 그런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작품이 있을까.

 

같은 저자의 작품은 2014년 출판된 [다시, 봄]이라는 책과 비교할 수 있겠다.  '가지 않은 길'이라던가 '3월님 어서 오세요' 같은 몇몇의 시들은 두 권 모두에 수록된 것을 볼 수 있다. 1년이라는 타이틀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시들을 엄선한 것이 그 책이라면 비채에서 출판된 이번 책, [생일, 그리고 축복]은 장영희 교수의 [생일]과 [축복]을 묶어서 합본으로 만든 것이다. 그만큼 많은 시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그림을 느낄 수 있다.

 

혹시 시라는 것을 외워 본 적이 있는가. 학교 다닐 때 외워본적이 있지만 그 후에는 없을 것이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시란 어떤 존재일까. 시험에 나오는 장르이면 공부를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외면하는 장르일까. 영문학과나 일문학과처럼 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마저 줄고 있으니 몇년 후에는 대학에서 이런 학문을 전공하는 과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문학이라는 장르는 실생활에서는 전혀 쓸모없어 보이지만 우리의 마음을 달래주고 정신세계를 이해할수 있는, 삶에 가장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실용적이지 않다고 해서 외면해버려야 할 것은 아니라는 소리다. 이 모든 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일테니 말이다.

 

시가 어려워서 못 외우겠다는 소리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의 시를 한번 보자.

 

Faiyr tale                                 동화

 

There once was a child            옛날 날마다 

living every day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Expecting tomorrow                  바라며 살아가는

to be different from today.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영어로도 간단할 뿐 아니라 한국말로도 간단하다. 더없이 간단한 이것이 시인가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수도 있겠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짧은 글로써 운율을 맞추어서 쓰는 것이 시라면 당연히 이 또 한 시이다. 글로리아 밴더빌트의 시. 철도왕의 딸로 큰 재산을 물려받았고 부유하게 살았지만 자신의 큰 아들이 눈앞에서 투신자살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던 그녀.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썼을까. 이 짧은 한 문장을 통해서 자신의 시를 읽어줄 사람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누구나 다 내일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일이 오늘과 다르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더욱 기대하고 그 기대감으로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시 속에서 나타나는 저 한 아이 바로 나 자신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시 속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가면서 읽다보면 재미도 있고 그닥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저자는 아마도 그런 것을 바랐을 것이다. 그래서 해석을 하면서도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쓰는 그런 말들을 사용했고 칼럼도 길지 않게 씀으로 말미암아 긴 글에 부담을 느끼거나 지칠수 있는 독자들을 생각했을 것이다.

 

봄이다. 어둡고 칙칙한 모노톤에서 벗어나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의 꽃들을 기대하게 되는 그런 봄이다. 핑크빛의 꽃무늬가 가득한 이 책의 표지가 봄에 가장 어울려 보인다. 이번 봄에는 이 책을 들고 꽃놀이를 떠나봐야겠다. 아름다운 꽃비를 맞으며 나즈막히 시 한편을 읖조려 보노라면 그 곳이 지상낙원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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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토리노를 달리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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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싸우며 살아간다......그 상징이 동계 스포츠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야생을 되찾는 일 아닐까. 겨울의 마법은 그것을 내게 알려주었는지 모른다.(186p)

2018년 드디어 내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이 열린다.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까지 개최한 한국이지만 동계올림픽 선정지로 지명이 되기까지는 몇번의 고배를 마셨다.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끝에 드디어 한국의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준비는 잘 되지 않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전 세계가 알다시피 한국의 정치권은 떠들썩한 상황이고 분단된 반쪽의 나라에서 벌인 일 때문에 여기까지도 여파가 밀려왔고 그들이 쏘아대는 미사일때문에 우리 또한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한 외교적인 문제도 발생했다. 올림픽을 대비하는 경기가 속속들이 치뤄지고 있고 선수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지만 숙소나 교통, 식사및 편의시설까지 보완해야 할 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리는 이 국제적인 경기를 잘 치뤄낼 수 있을까.

 

하루키는 작가이면서 음악에 관심이 많다. 게이고는 작가이면서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작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는 따로 있는 법이다. 하루키가 쓴 음악에 관한 대담집도 읽었고 그가 올림픽을 관람하고 썼던 [시드니]도 읽었다. 이번에는 게이고의 올림픽 관람기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동계올림픽. 2006년 토리노 올림픽을 관람하고 쓴 이야기. 하루키의 관람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사실 게이고는 뛰어난 소설가다. 많은 작품을 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며 재미있는 작품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사회적인 이슈를 작품속에 녹여내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동계스포츠를 작품속 소재로 삼기도 한다. [백은의 잭],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질풍론도]가 그 예다. 매니아라고 칭할수도 있는 그가 직접 보고 느낀 올림픽은 어떠할까.

 

도입부부터 게이고는 독특함을 보인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사람으로 둔갑시켜 주인공으로 삼아 버렸다. 아무래도 에세이보다는 소설에 익숙한 작가이니 소설의 기법을 차용한 것이다. 고양이가 주인인 아저씨와 그의 편집자와 함께 토리노로 여행을 간다. 상상부터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에게 익숙한 스키나 썰매종목외에도 굉장히 다양한 경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비록 금메달 하나밖에  따지 못했지만 - 그것도 자신들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종목에서 - 그들은 다양한 종목에서 일본이 순위권에 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자신들의 앞날이 밝다면서 기뻐하고 있다. 뒷부분에 한국과 비굫를 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이 금메달을 일본보다 많이 따긴 했어도 전부 쇼트트랙 한 종목에 편파되어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그들은 거의 모든 종목의 경기장을 갔지만 쇼트트랙 경기장은 가지 않았다. 금메달을 한 종목에서 많이 따는 것과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어도 여러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가 많은 경우, 어느 것이 나은 것일까. 장기전과 단기전으로 볼 수도 있겠다.

 

벌써 11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 현재의 한국의 실정은 어떠한가. 쇼트트랙은 여전히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할만큼 세대교체에 성공해서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고 약간 답보상태이긴 하지만 썰매 종목에서도 순위권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있고 김연아 선수 이후 피겨쪽에서도 신예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종목에서 평창올림픽을 대비한 귀화선수들이 출전 대기중이다.

 

작가도 지적하고 있다시피 그들은 메달을 바라고 기대한다. 그런 종목에 대해서 방송을 하고 메달을 따면 부각이 된다. 그후 붐을 타고 사람들이 참여를 하고 선수층도 넓어지는 계기가 된다. 그런 점은 한국과 일본이 묘하게 닮았다. 메달을 따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 하더라도 즐기는 유럽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결과주의라고 할까.

 

내년 평창 올림픽에서 게이고를 볼 수 있을까. 가까우니 방문을 할 것이다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해보게 된다. 그가 보는 평창 올림픽은 어떨까. 하나 더 이책의 뒷편에 있는 [2056년 쿨림픽]이라는 제목을 단 단편 소설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물론 재미를 주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우리는 이 작가의 예언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삶을 서서히 바꾸어 놓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스포츠 경기에도 영향을 줄까. 정말 그가 소설속에서 예언한대로 동계올림픽은 쿨림픽이 되고 말 것인가. 픽션을 통해서 그가 하고자 하는 경고를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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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티 - 딘 쿤츠 장편소설 모중석 스릴러 클럽 18
딘 R. 쿤츠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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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시티의 사전적 정의는, 단순한 속력을 의미하는 스피드에 방향을 더한 개념이다.(523p)

'빠름'을 제목으로 내세운 작품. 그만큼 이 책의 속도감은 확실히 보장해준다는 것을 알수 있겠다. 딘쿤츠의 [남편]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 있다. 이 책과 남편 그리고 The good guy. 세 작품을 합쳐서 평범한 남자 3부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518p)  세 작품 모두 평범한 남자가 주인공이 되어서 극을 이끌어 가는 전개이다.

 

일반적인 다른 스릴러에서 볼수 있는 스펙터클한 장면이라던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던가 멋진 형사들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혼자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이끌어 나가고 해결하고 정리한다. 현실에서도 가능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용의자가 되고 범죄자가 될 운명에 놓였다면 그것마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이것과 저것, 둘중에 어느 것을 고를래? 하는 식의 딜레마게임은 [이니미니]를 통해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총 하나와 사람 두명. 저쪽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식의 설정. 어떻게든 남을 죽여서 내가 살아야 한다는 설정은 [헝거게임]이나 [배틀로얄]에서도 익히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는 좀더 도덕적인 딜레마를 제시하고 있다.

 

통조림 독에 중독되어 식물 인간 상태의 약혼자를 두고 있는 빌리. 바텐더로 일하는 그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손님접대도 하고 칵테일도 만들고 일을 하다 퇴근을 하다. 그런 그의 차에 끼워져 있는 한 장의 쪽지. 그 쪽지를 보는 순간 그는 자신도 생각지 못했던 하나의 테두리 속에 갇히게 되어 버린다. 누가 무슨 이유로 그를 지목해서 이런 쪽지를 남기게 된 것일까. 빌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빌리의 결정대로 이루어지는 이 살인은 마치 가상현실속의 게임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경찰에 알리면 자원봉사를 하는 할머니가 죽고 알리지 않으면 금발머리의 여교사가 죽임을 당한다. 이런 전제속에서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무리 할머니라 하더라도 봉사활동을 하시는 좋은 분이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말할것도 없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내가 한 지역의 모든 금발여교사들에게 당신이 죽을 거라고 알려봤자 나만 바보가 될 뿐이고 아무도 믿지 않을것이다. 그렇다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알리지 않는 것이 되어 여교사가 죽을 것이다. 그냥 장난이라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너무나도 섬뜩한 쪽지 한장. 내가 빌리라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입사시험에서도 가끔 등장을 하는 윤리적이고 도덕직인 딜레마에 관한 문제는 토론 주제로도 자주 쓰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내가 타고 있는 차 한대. 정류장에는 나의 이상형인 여자, 병든 할머니, 내친구와 아이가 있다. 차에 탈 수 있는 인원은 단 네명. 어떻게 차를 타고 갈 것인지 정하라는 문제는 모두 다 알고 있고 어떤 풀이방법을 제시해야 가장 큰 점수를 얻는지도 알고 있다.

 

딱 이것이 정답이라고 놓여지지 않는 문제. 할머니와 여교사중 죽임을 당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 죽음은 실제로 일어날까. 빌리 또한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러나 다음날 실제로 일어난 살인사건을 보면서 그는 당황해하고 초조해한다. 그런 그에게 다시 날아온 쪽지. 이번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그는 이 쪽지를 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모든 것은 빌리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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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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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면 첫날은 못 자는 편이고 잠자리가 바뀌면 까탈스럽게 굴고 손목시계는 항상 서랍속에 보관하며 방안의 시계는 초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빛이 들어오면 잠을 못자니 안대를 사용하고 조그마한 소리에도 쉽게 깨며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는 윗집의 뛰어다니는 소리가 인식된다. 책을 읽을 때는 적막강산과도 같은 곳을 좋아하고 읽은 책이라 하더라도 표시를 내지 않으며 읽은 책은 항상 그자리에 꽂아두는 편이다.
 
일정이 바뀌는 것을 싫어하고 마감 시간보다 일찍 다 해두고 약속시간은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비교적 다른 사람보다는 일찍 도착하는 편이다. 정해져 있는 틀이 있는 것을 좋아하고 규칙이 있는 것을 선호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익숙한 만남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런 나는 민감한가, 아닌가.
'민감하다'는 어떤 기준을 정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가봐도 민감한 사람이라면, 극도로 섬세한 사람이라면 어느 곳에서도 드러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쓰여진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 또한 섬세하다. 민감하다. 그런 그녀니 얼마나 더 잘 이해하고 썼을지 알만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뒤에 나오는 테스트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당신은 얼마나 민감한 사람인지 자가 측정 해볼 수 있는 테스트가 있다. 테스트는 '나는 하루중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쉽게 죄책감을 느낀다.' 같은 질문과 '나는 잠을 자지 않아도 견딜'수 있다.'거나 '갑자기 친구들이 찾아오는 것을 즐긴다.'하는 유형으로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진다.
 
각 질문에 자신의 답을 숫자로 생각한 후 앞의 점수에서 뒤의 점수를 뺀 점수가 당신의 민감지수가 된다. 보통 60이상이면 민감한 사람으로 보는데 실제로 해 본 결과 내 점수는 60을 훌쩍 넘었다. 70을 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아 할까. 결과적으로 자가테스트에 의하면 나는 민감한 사람이 맞다.
 
그냥 일반적으로 평범한 보통 사람들보다는 이렇게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으면 훨씬 더 공감대가 높아질 한권의 책. 물론 자신은 민감하지 않다 하더라도 자신의 주위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자신과 다르다고 괜스리 피곤한 사람이라고 치부해 버리기보다는 저 사람은 민감한 부분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니까 하면서 이해를 해줄수 있는 부분이 된다.
 
누구라고 딱 정할 필요도 없다. 민감한 사람은 곳곳에 있을수 있다. 때로는 자신의 배우자가 그러하거나 애인이 그러할수도 있고 가깝게는 우리 엄마가 또는 우리 자녀가 민감한 사람일수도 있다. 사실 가장 피곤한 사람인 본인이기 마련인데 그런 센서티브한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종내는 말다툼이나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 쉽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혼자 살아갈수는 없다. 누구와는 꼭 연결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럴때 다른 사람의 성향을 안다면 조금은 현명하게 대처해서 서로간에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의 필요성이 그런 점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자리라 할지라도 자신이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양해를 구하고 그런 시간을 마련한다고 하는 저자. 그녀의 사고방식을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기겠지만 그녀가 센서티브한 사람임을 이해하고 난다면 그런 것은 아무런 일도 되지않는다.
 
아주 오랜 시간을 요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자신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해주면 되는 것이다. 무슨 병자들처럼 격리시켜달라거나 외면해버리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사람의 성향일 뿐이다. 그런 사람의 성향을 파악한다면 조금은 더 사람들과의 관계가 편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사람을 딱 두부분으로 민감한 사람과 민감하지 않은 사람 이렇게 나눌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라도 어느 부분에는 민감한 면이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라도 사람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특별히 약간은 남들보다 조금 더 민감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권해주고 싶은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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