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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번의 소개팅과 다섯 번의 퇴사
규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청년들의 생활이 힘든 생활을 나타내는 새로운 용어가 또 생겨났다. 3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것이라한다. 이 책은 이렇게 갈 수록 힘들어지는 이 시대를 사는 청년들의 생활을 아주 발랄하게 소개한 소설이다.
이우영과 김구월 두 사람은 집하나를 빌려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이우영은 새로운 직업을 찾아서 자꾸만 퇴사를 하고, 김구월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자꾸만 소개팅을 한다. 서로의 생활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하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이 두 사람에게는 퇴근후 함께 술한잔 기울일 친구가 바로 옆방에 있다는 행복이 있다. 그런 소소한 행복으로는 다 지우기 힘든 많은 고민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영에게는 가끔씩 출몰하는 바퀴벌레를 걱정해야 하는 아줌마다운 고민도 있고, 나이들어가는 부모님을 걱정해야하는 딸로서의 고민도 있고, 자신의 진짜 꿈인 소설가를 위해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어도 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경제적인 고민도 있다.
구월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짝을 만나기 위해 자꾸만 소개팅을 하지만 얼마 못가서 슬그머니 떠나버리는 남자들이 문제다. 늘 진심을 다해 만나지만 그들은 늘 떠나고 만다. 더군다나 마치 공식처럼 자신을 떠나서는 몇달후에 결혼소식이 들린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하고, 취직을 하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출산을 하며 가정을 이루던 이전세대들과 달리 취업부터 난관에 빠지는 요즘의 청년들의 일상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많이 달라진 사고방식과 경제적현실 앞에서 결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어 차라리 안정적인 연애를 택하는 우영이 조금 이해가 되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주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며 사실은 자기자신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진짜 사랑이라면 조금 누추하지만 셋방부터 시작하며 당당하게 함께 사는 것이 뭐 부끄러운 일이란 말인가! 우영과 단오의 안정적 연애는 결혼이라는 현실 앞에 나타나게 될 수많은 난관과 갈등을 피하기 위한 나약한 결단으로 보이기도 한다. 구월의 경우는 상대의 눈치만 보다가 늘상 채이면서도 스스로 필요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잡을 용기는 못내는 것 같다.
부모님들의 관리하에서 경제적고민이나 진로에 대한 고민없이 거의 없이 숨가쁘게 대학입시까지 달려온 이들 앞에 나타난 진짜 자신의 삶을 위해 헤쳐나아가야 할 모든 난관들은 마치 온실속에서 자라던 화초가 황야의 광풍앞에서 스스로 뿌리를 내려야하는 것처럼 겁나고 힘든 과정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연인처럼 친구처럼 둘만의 공동생활을 하는 우영과 구월이 둘만의 따뜻한 울타리 속으로 숨지말고,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사랑하면서 용기있게 개척하며 세상을 향해 나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