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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 자화상에서 내 마음 치유하기
김선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은 우리의 마음을 쉬게 한다.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예술의 기능을 살려 예술을 심리치료에 이용하는 사례는 이제 다 아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 자화상은 감상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화가들은 자화상을 왜 그릴까? 이 책은 화가들의 자화상을 보면서 그들이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타인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는가에서 시작한다. '자신을 표현하고 과시하는 수단'(p.16)으로 여겨지던 자화상을 오히려 자신을 숨기고 과장하는데 이용했던 앤디워홀, 자신의 자화상 옆에 자신의 처지를 상징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장발장이나 예수를 그려넣었던 고갱, 귀족다움을 자화상 속에 강조했던 루벤스. 그래서 자화상을 다시 살펴보면 가장 감추고 싶어했던 모습이 숨어있을 수도 있고, 가장 이루고 싶어했던 꿈이 숨어있으며, '보여지는 나'와 '보여지고 싶은 나'가 갈등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자화상은 화가의 의식적, 무의식적 요소들이 풍부하게 담긴 이미지의 총체이다. 화가는 자화상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짓고 있는지, 자신의 성장과 삶을 어떻게 붙잡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다시 말해 자화상은 화가 자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기를 바라는지를 표현하는 창구다.(p.44)
연구가들은 화가들의 자화상 속에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읽어내기도 하고, 실연의 상처를 읽어내기도 하고, 사회적 고립을 읽어내기도 한다. 이런 전문적인 대입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감상자들도 자신의 모습을 담은 그들의 그림 속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다.
화가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거나, 자신의 꿈을 표현하거나 했던 자화상을 보면서 문득 감상자는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낙천적 유머감각을 지녔던 보테로의 자화상을 보면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들은 위로받을 수 있다. 자신이 겪은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한 회화적 기록'(p.143)을 통해 스스로를 단련시켜나갔던 프리다칼로의 그림을 보면 누구나 '상처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자신의 몫'(p.139)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감상자들은 자화상 속에서 각기 다른 고민을 가진 나의 여러 다른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러기에 자화상 속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면 뭔가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지 간에 잠시 귀기울여 주시기를... 그러면 당신의 마음이 오히려 평안해질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