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리는 페인트공 쪽빛문고 12
나시키 가호 지음, 데쿠네 이쿠 그림,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상대의 마음을 읽어 상대가 주문하는 색보다도 더 마음에 드는 색을 칠해주는 페인트공에 대한 이야기이다.

  페인트공으로 일하는 싱야는 주문한 색을 칠해주지만 늘 불평인 손님들때문에 몹시 어렵다. 그러다 싱야는 '불세의 페인트공'이었던 아버지의 묘비를 방문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난다. 프랑스로 떠나는 배안에서 '위트릴로의 흰색'으로 배를 칠해달라는 싱야의 아버지를 안다는 신비의 여인을 만난다.:

  "그래요, 기쁨과 슬픔, 들뜬 기분과 쓸쓸한 기분, 분노와 포기의 감정이 모두 담긴 위트릴로의 흰색. 세상의 혼탁함도, 아름다움도, 덧없음도 모두 머금은 위트릴로의 흰색 말이에요."(p.24)

  아버지의 묘비는 찾지 못했지만 신비의 여인에게서 아버지의 붓을 전해받고 온 싱야는 그때부터 손님이 원하는 것보다도 더 손님의 마음에 드는 색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아버지의 붓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면 그는 꿈 속에서 손님의 진짜 마음을 알 수 있는 장면들과 만나게 되고, 그것을 힌트로 자신만의 색을 창조하여 손님의 주문을 완수한다.

  외로움을 느끼는 아가씨에게는 활기를 주는 레몬옐로우 색으로, 현관문을 칠해달라는 손님에게는 행복한 추억이 스미는 색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영혼을 가진 이에게는 갈색에 가까운 빨강색을 테라스에 칠해준다.

  그렇게 몇십년이 지나고 싱야는 위트릴로의 흰색을 주문했던 여인의 방문을 받는다. 그 여인의 손을 잡고 싱야는 떠난다. 그것이 바로 이 생의 마지막이다.

  신비로운 전설같은 분위기를 띠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어떠한 교훈을 알아야 한다고 강요하지도 않으며, 어떠한 슬픔을 느끼라 강요하지도 않는다. 무엇을 느껴야 한다고 숨긴 것도 없다. 진짜 이야기의 재미, 신비로움에 빠질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야기만이 가진 매혹의 힘을 알게해주는 이야기이다.

  삽입된 일러스트들이 모두 빛바랜 벽화들처럼 신비롭고 오묘한 색채들을 띠고 있어 이야기의 신비감을 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