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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김진영 지음, 한용욱 그림 / 아테나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어버이의 자식 사랑은 시대에 따라 다르지도 않고 신분에 따라 다르지도 않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신라시대 어느 토기장이의 각별한 자식사랑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신분이 낮은 토기장이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이 신분에 따라 다를 수는 없다. 토기장이 만오는 무뚝뚝하지만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귀하고 대견하다. 토기를 빚다보면 밥 때도 잊어버리고 해가 기우는 줄도 모르는 자신을 아들이 챙겨주기 일쑤니 더욱 아들에게 미안하다. 신분에 따라 삶의 가치도 죽음의 가치도 다르던 시절. 만오는 귀족들을 위해서만 빚어야 하는 토기를 아들을 위해 한 작품쯤 빚어보기로 한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토기 인물상은 그 마을의 촌주댁에서 일하는 정태아범 눈에 띄게 되고, 촌주는 당연히 자신에게 바쳐질 토기를 내놓지 않는 만오를 문초하기에 이른다.
아버지가 문초를 당하고 갇혀있는 동안 아들 수창은 돌림병에 걸려서 결국 세상을 뜨게 된다. 만오는 더욱더 그 토기를 내놓기를 거부한다. 아들에게 만큼은 귀족처럼 껴묻거리를 넣어주고 싶었던 까닭이다. 아들의 장례를 제 손으로 치르지 못한 아비는 아들의 무덤까지 꽃길을 만든다. 이 꽃길을 제목으로 썼다. ‘꽃길’, 아름다워서 더욱 슬퍼지는 제목이다.
작가는 경상도 사투리를 살려 써서 무뚝뚝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이 지극한 부자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서로를 향한 미움과 원망 섞인 말들이 오가지만 그것은 곧 서로를 향한 지극한 관심과 사랑의 또다른 표현이다.
동양화를 전공했다는 그림작가의 그림은 오래전 신라시대의 우리 산천으로 단박에 우리를 데려다준다.
어버이의 큰 사랑과 신분제도에 대해, 그리고 삶과 죽음의 가치에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