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빠라기 - 영혼을 보는 눈 세상을 사는 지혜
투이아비 지음, 에리히 쇼이어만 엮음, 유혜자 옮김, 이일영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투이아비추장이 유럽견학을 마치고 폴리네시아 원주민을 위해 쓴 글이다. 추장은 문명인들을 빠빠라기라고 부른다. 이는 ‘하늘을 찢고 내려온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먼저 그는 바빠라기들의 불편한 의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몸을 숨기기 시작하니 몸을 드러내는 것이 죄악시되고, 여인들이 몸을 가리니 남자들이 더욱 음탕한 생각을 하게 되면서 풍속이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가 전하는 것은 ‘돌궤짝’이라 칭한 유럽의 주택들에 대해 언급한다. 자연의 햇살을 받으며 살아가는 원주민의 생활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며 그는 이렇게 경고한다.: ‘신의 손을 더 이상 잡지 못하는, 정신이 혼미하고 병든 자들만이 햇살과 바람이 없는 돌 틈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빠빠라기들은 그 안에서 행복하다니까 그렇게 살아가라고 하자.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양지 바른 해안에까지 돌궤짝을 세울 것을 계획하고, 자기들만의 생각으로 인간적인 기쁨을 돌, 먼지, 소음, 연기와 모래로 말살하려는 짓은 절대로 하지 못하게 막자(p.50)'

  돈에 관해서도 그는 아주 정확하게 파악했다. 돈을 벌기 위해, 주변인의 고통을 못 본 체하는 문명인들의 야만성을 그는 고발한다. 만약 그가 살아있었다면 더욱 더 돈이 중요해진 이 세상에 대해 혀를 끌끌 찼을 것이 분명하다.

  더욱더 많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 더욱 가난해지는 문명인들의 모습, 시간을 정확하게 재고 정확하게 분절하면서 더욱 시간에 쫓기며 사는 모습을 전한다. 소유를 강조하면서 빠빠라기들은 하느님의 것을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기 때문에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문명이 발달 할수록 삶이 편안해진다고 우리는 가끔 착각할 때가 있다. 수많은 물질의 풍요 속에서 그래서 우리인간들은 얼마나 행복한가? 아니다.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아져서 더욱 불행하고, 하고 싶은 일이 더욱 많아서 시간은 없다. 문명이란 이름으로 파괴한 자연들이 우리에게 역으로 가져다주는 재앙들 앞에서 문명도 속수무책이다. 문명이 우리를 해방시키기 보다는 문명이라는 이름이 더욱 우리를 속박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더욱 물질과 소유 그리고 문명에 집착할 때 더욱 더 중요하게 여겨질 책이다. 야만의 행복과 무소유의 느긋함, 나눠가지는 풍요로움이 있는 야만의 행복을 잠시 느껴볼 수 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권해 읽혀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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