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을 피우고도 사랑만 받는 정말 부러운 친구

샴고양이 스키피 - 샴고양이 스키피 시리즈
주디 스재너 글.그림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9년 3월

  그림책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그림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그에 대한 관심도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매혹적이다. 화분 속에서 말썽을 부리고 있는 것이 분명한 귀가 쫑긋한 고양이답지 않은 고양이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책 속에서 벌어질 재미난 말썽들을 예감하게 해준다.

  아이들은 말썽꾸러기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온통 집을 어질어놓고 엉망진창이 된 그림 속을 보며 키득키득 숨 넘어가게 웃어댄다. 자신은 차마 그렇게까지 할 수 없는 장난을 책 속의 주인공들이 대신해주는 것이 가려운 곳 대신 긁어주듯이 시원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 스키피는 그를 만나는 첫 페이지부터 고양이답지 않은 장난에 빠져있다. 새둥지에서 아기새들과 똑같이 입을 벌리고 있는 스키피를 보고 웃지 않을 수 없다. 엄마의 등장으로 스키피는 샴고양이로서의 생활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방에 들여보내진다. 문을 닫는 엄마와 다소곳한 스키피의 모습이 잠시 평온한 이미지를 연출하지만 빼꼼히 열린 벽장은 다가올 은밀한 즐거움에 대한 힌트같다.

  역시나! 엄마가 문을 닫는 순간 방안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즐거운 장난에 빠져버리는 스키피. 스스로를 위대한 용사 스키피또라고 생각하며 복면을 하고 검을 차고 고독한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다. 방에 갇힌 스키피가 어떻게 사막으로 가느냐고? 상상력 가득한 아이들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 없는 법! 스키피의 벽장 문이 바로 사막으로 통하는 길이었던 것.^^

  치와와 무리를 만나 축제도 함께 하고 뒝벌을 격퇴하는 멋진 모험을 마무리 짓는 순간 스키피는 벽장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만다. 사탕이랑 콩으로 안을 채운 강아지 인형을 뒤집어 쓴 채. 하지만 엄마 고양이 샤넬은 이 말썽꾸러기에게 뽀뽀만 잔뜩 해줄 뿐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또 침대에서 뿅뿅 뛰다가 잠을 청하는 스키피.

  이렇게 실컷 말썽을 피우고도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기만 하는 스키피를 아이들이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요녀석처럼 실컷 말썽을 피우는 재미있는 상상만으로도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 같다. 요 말썽꾸러기 앞으로 엄청 인기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