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등교하기, 그 모험의 여정과 대견한 극복

은서야, 겁내지 마! ㅣ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0
황선미 지음, 조민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초등 1학년 은서가 엄마없이 혼자 학교에 간다. 시골에 사는 은서의 등굣길에는 송아지, 암탉, 바보아저씨 등등이 기다리고 있다. 은서에게는 암소가 너무 커서 지나가는 것만도  무섭고, 꼬꼬대며 쫓아오는 암탉도 위협적이다. 들창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가만히 종이새를 내려보내는 바보아저씨는 더더욱 두렵다.
  나름대로 무서움을 떨치고 학교가기 작전을 수행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무작정 달리다가 웅덩이에 넘어져 옷을 다 망치기도 하고 암탉에게 쫓기고 쪼이기도 하고, 그 길을 피해 돌아가려고 논길로 가다가 지각을 하기도 한다.
  이런 은서에게 신통한 해결책이 생겨난다. 친구의 로봇가면을 쓰니 천하무적처럼 용기백배해진 것이다. 용기백배해서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망나니처럼 암탉과 병아리도 마구 휘저어주고, 송아지도 지팡이로 놀리며 즐거워한다. 초등 1학년짜리 은서에 어울릴만한 깜찍한 해결책이다.

  혼자 학교가기라는 단편적인 사건을 아이의 독립심을 길러가는 과정과 연결시키고, 시골스러운 여러 가지 정경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아이가 만날 수 있는 어른이 보기에는 하찮은 그러나 아이에게는 엄청나기만한 사건들로 극대화시킨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부드러운 터치의 그림은 시골풍경을 푸근하고 정감있게 느끼게 해준다.  
 
  부모라면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느낌이 되살아나 아이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어린 시절의 세상을 바라보던 나의 눈높이를 기억해낼 수 있었다. 한없이 길어만 보이던 어른들. 특히 다른 사람보다 키가 큰 외삼촌이 훌쩍 안아올리면 아스라하게 먼 지면을 내려다보는 일은 어지러울 정도였다.

  하나씩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 많은 어린 독자들에게도 은서의 일은 함께 공감할 수 있고,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