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비룡소의 그림동화 50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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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앤서니 브라운은 너무나 친근한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발음하면 고릴라가 떠오른다. 맨처음 그의 고릴라를 만난 것은 바로 이 책이었다.  

  무뚝뚝한 아빠, 언제나 '지금은 바빠, 나중에 ...'라고 말하는 아빠의 모습은 삶에 지친 현대를 사는 우리들 아빠의 모습이다. 그리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한나. 한나의 마음은 그녀가 주저앉은 방의 벽지를 통해서 표현된다. 나비와 꽃이 가득하던 벽지는 한나를 향한 TV가 비추는 부분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암울한 박쥐와 늑대 등의 이미지로 변한다.  

  그러나 아무리 바쁜 아빠도 한나의 생일선물은 기억하고 있었다. 한나의 침대에 놓인 작은 고릴라인형이 아빠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는 자신이 원했던 것은 '진짜' 고릴라였다는 것을 알지 못한 아빠가 서운해 다른 인형들이 있는 구석에 고릴라를 던지고 만다.  

  그런데 그날밤 놀랄 일이 벌어진다.  한밤중에 고릴라가 찾아온 것이다. 점잖게 외투를 입고 동물원에 가자고 청하는 고릴라. 한나를 팔에 안은 채 나무를 휙휙 매달려 지나고, 한밤중 동물원의 담장을 훌쩍 뛰어 넘어 단숨에 유인원관 앞에 데려다준다.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인간처럼 호소하는 눈빛을 가졌으나 무척 슬퍼보이는 창살 안의 그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고릴라와 한나. 다정하게 저녁을 먹는 고릴라와 한나. 그리고 고릴라의 듬직한 어깨에 무동을 타고 돌아오는 한나. 마지막으로 낭만적이게도 잔디밭에서 춤을 추는 고릴라와 한나.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 아빠에게 달려간 한나에게  오늘 아빠는 다른 날과 달라보인다. 아빠의 뒷주머니에 살짝 나와있는 바나나가  그 증거이다. '동물원에 갈까?' 하고 아빠가 말을 한다. 마치 꿈 속의 고릴라처럼.  아빠와 한나, 그리고 고릴라인형, 셋이서 손을 잡고 행복한 나들이에 나서는 뒷모습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섬세한 그림, 그리고 곳곳에 숨겨진 작은 상징들, 빛과 그림자로 표현되는 수많은 숨은 이야기가 있는 진정한 그림책이다. 단순히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하기위한 방편으로써의 그림이 아닌 글이 다하지 못한 또다른 숨은 이야기들이 있는 그림책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고릴라나 오랑우탄, 침팬지가 가진 순수한 눈. 이제는 삶에 찌든 인간에게서 찾기 힘든 눈들이 감동을 준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아빠의 눈이기도 하다. 아무리 삶에 찌들어도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빠의 눈에 스밀 때 바로 그런 눈이 될 것이다. 

 푹신푹신한 고릴라의 이미지가 느끼게 해주는 아빠의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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