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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엄마 아빠를 버리고 싶어 ㅣ 미래아이문고 7
발레리 다이르 지음, 김이정 옮김, 이혜진 그림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철이 들어가는 한 소녀가 있다. 아주 어린 시절 무조건 의지하던 엄마, 아빠가 가끔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무식하게 추월을 일삼기도 하고, 그러다가 다른 운전자와 싸우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는 아직 어린애인 줄 알고 자신 앞에서 예전처럼 행동하는데, 철이 들고 보니 엄마 아빠가 하는 행동이 유치하기 짝이 없고, 두 사람의 사랑표현도 무지 가증스러운 오버액션으로 보인다. 그리고 더 깊이 관찰하고 생각해보다가 두 사람이 사실은 자신을 귀찮아한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말았다. 그래서 소녀는 고의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부모님의 차를 놓친다. 즉 부모님이 버리기 전에 자신이 부모님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소녀는 덩치가 너무 커져서 휴가가는 길에 버려진 개와 친구가 되어 휴게소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개와는 서로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말이 척척 통한다. 눈빛 한번이면 마음도 금방 통한다. 다행히 음식을 주는 아줌마도 있고, 그 아줌마가 옷을 세탁해주기도 한다. 이상한 아저씨들이 접근하기도 하지만 현명하게 대처하고 또 개가 옆에 있어서 안전하다.
7월 25일 엄마,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집을 떠났던 그날부터 8월 25일까지 일기가 이어진다. 그 일기 속에서 엄마, 아빠는 딸을 방치한 죄로 경찰관 앞에 불려가서 애써 자신들을 변호한다. 사실은 그 일기장이 처음 출발대목을 빼고는 모두 소녀의 상상이다. 해변에 도착해서 휴가내내 바다에 들어간 적도 없이 나날이 마음가는 데로 써본 상상들. 심지어 엄마, 아빠가 살해되는 상상까지도 들어있다.
다행인 것은 이 상상일기를 통해 소녀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엄마와 아빠같은 부모가 되리라는 예감을 한다.
8월 25일 토요일
모든 것이 다 거짓말이다.
단어가 적절하지 않았다. 노트 속 이야기가 진짜인지 거짓말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릴리는 몇 가지 기억들에 모양을 변형시키는 돋보기를 대고 이리저리 살펴보았고,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며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 것이다.
(... 중략...)
순간 릴리는 언젠가 자기도 엄마와 아빠의 나이가 되면, 아마도 부모의 삶을 살 것이고, 같거나 거의 비슷한 세상을 물려받고 그들을 이해하게 될 거라는 걸 깨달았다. (p.150-151)
다행인 것은 이 상상일기를 통해 소녀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엄마와 아빠같은 부모가 되리라는 예감을 한다.
세상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 사춘기. 때로 세상을 다 알아버린 듯 느껴져서 위험한 상상도 하는 나이. 이 책에서는 모두가 사춘기에 한번쯤 상상했을 가족으로부터의 해방과 일탈에 대한 제멋대로의 상상을 맘껏 펼친다. 하고 싶은 대로 맘껏 써보고보니 사실 좋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또 금방 느낄 수 있다.
제목을 보고 '뜨악'했던 마음은 책을 읽으면서는 곧 이 책의 주인공 릴리에 대한 무한한 공감으로 바뀐다. 왜냐고? 우리 아이들이 잠시 잊고 있는 것. 사실 부모들도 그 시기를 다 거쳐서 자란 사람들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