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시계의 비밀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10
고수산나 글, 송효정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버려진 아이가 아닐까’, ‘엄마로부터 잊혀진 아이가 아닐까’ 엄마에 대한 기다림이 이제 원망과 의심으로 바뀌려는 은솔이는 다섯 살 때에 자신을 맡기고 떠나던 엄마의 마지막 말 ‘작은 바늘이 6에 가있을 때’를 기억하려고 항상 시계를 보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보육원에서 자라서 이제 초등학생이 된 은솔이의 시계보는 버릇은 잊혀져가는 엄마의 희미한 모습을 기억하려는 노력이며, 커져가는 자신의 의심을 잠재우려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은솔이에게 뻐꾸기 시계 속을 구경하게 되는 놀라운 일이 생긴다. 뒤척이던 밤. 뻐꾸기 시계 속의 뻐꾸기가 은솔이를 뻐꾸기시계 속 들판으로 데려간다. 뻐꾹엄마의 부탁으로 개개비둥지에서 자라난 뻐꾸기 새끼 꾸꾸를 찾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꾸꾸를 찾은 은솔이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버려진 뻐꾸기 알에서 태어난 새끼뻐꾸기의 고민은 바로 자신과 똑같은 고민이었다. 그러나 은솔이는 어미뻐꾸기가 멀리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의젓한 마음으로 꾸꾸를 달래줄 수 있었다.
  은솔이는 멀리서 새끼를 지켜보는 어미 뻐꾸기의 슬픈 사정을 듣고, 어미 뻐꾸기의 눈물을 본다. 새끼 뻐꾸기의 고민도 마음 깊이 이해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용서의 마음이 싹을 틔운다.

  “꾸꾸를 버리긴 했지만 늘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래, 꾸꾸를 늘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었지. 자식을 잊는 어미는 없어. 내가 키울 수 없어서 다른 곳에 보냈다고 마음속에서까지 보내 버린 건 아니거든.”
은솔이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음이 왜 아픈지, 또 얼마만큼 아픈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머릿속이 멍했습니다.(p.54)

  뻐꾸기 시계 속을 여행하고 다시 밝은 마음으로 엄마를 그리워하는 은솔이에게 이제 의심과 불안은 사라졌다. 그러나 은솔이의 밝은 모습을 모며 책을 덮으면서 왠지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의젓해도 되지 않을 나이에 뻐꾹엄마의 슬픔을 이해하게 되고 의젓하게 된 은솔이. 자신의 처지도 엄마의 현실도 이해하게 되는 아이가 측은하다. 우리가 아이에게만 너무 큰 이해심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바라건대, 뻐꾹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아이가 많지 않기를, 엄마에게 투정부리면서 그것이 행복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더 많아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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