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의 눈으로 인간을 보다

콜드 톰 ㅣ 높이나는 새 문학선 4
샐리 프루 지음, 이영 옮김, 이지선 그림 / 높이나는새 / 2008년 9월

  별에게 간절히 기도하면 모습을 감추게 해준다. 달빛 아래서는 더 쉽다. 시력과 청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서 종족들로부터 놀림감이 되자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하는 톰. 그는 부모의 추격을 피해 악마들의 도시로 들어선다. 차가운 톰에 비해 악마들은 몸이 몹시 뜨겁고 뚱뚱하며 목소리는 낮고 거칠다. 악마들은 누구든지 노예밧줄로 얽어매려 한다. 

  책의 초반부에서 악마와 종족이라고만 명명되는 이들은 사실은 인간과 요정이다. 요정들의 세계에서 인간은 악마이다. 자신들의 영역인 조용한 숲을 점점 없애고 침범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이 아닌 요정의 눈으로 우리들 인간들의 모습을 관찰한다. 톰이 행여 붙들릴까봐 괴로워하는 노예밧줄은 인간들의 서로에 대한 관심인 동시에 사랑이다. 물론 노예밧줄은 요정의 눈에만 보인다.
  애나의 창고에서 애나의 도움을 받으며 몸을 숨기며 지내던 톰은 애나와 조의 노예밧줄이 자신을 향해 넝쿨손을 뻗치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유를 향해 다시 요정의 숲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버지 란의 은빛 작살 뿐이다. 그리고 그가 두려워하던 애나의 넝쿨손이 그를 죽음의 세계에서 인간의 세계로 데려온다. 요정 톰은 죽고 인간 톰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넝쿨손의 따뜻한 구속을 행복하게 여길 줄 알게 된다.
 
  인간이라는 우리 존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보자 우리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구속이 다르게 느껴진다. 자신들의 세계를 끊임없이 넓혀가는 이기적인 인간. 그리고 모두를 자기중심적으로 얽어매는 인간의 사랑. 

  잠시 인간의 눈을 버리고 요정의 눈으로 차갑게 인간들을 다시 보라! 어떠한가! 당신의 넝쿨손은 상대에게 너무 무겁고 부담스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