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낙원을 만든다면?

낙원섬에서 생긴 일 ㅣ Dear 그림책
찰스 키핑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08년 8월

  [낙원섬에서 생긴 일]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이다. 낙원섬에 횡단도로 건설계획이 잡히고, 시의회에서 유료고속도로를 건설하자는 결정이 내려지고, 건물들이 철거되고, 사람들이 이주하고 그리고 섬의 경관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하얀 콘크리트들이 메워진다. 이 지구상에는 개발이란 미명하에 변형되거나, 파헤쳐지거나, 막혀지거나  하는 곳이 너무나 많다.
  이 섬에 한 소년이 있다. 이 곳에 사는 것이 행복한 소년. 그의 이름은 낙원에 살았던 최초의 인간의 이름과 같은 애덤이다. 그는 섬을 파괴하는 일이 못마땅하다.
  습지에 사는 바르다 할아버지와 벌리 할머니가 그런 애덤에게 멋진 계획을 알려준다. 그래서 새로운 도로를 위해서 섬 한가운데서 콘크리트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을 때, 습지에서는 또다른 형태의 공사가 한창이다. 섬을 횡단하는 고속도로가 완성될 때, 습지에서는 아이들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자신들을 위한 놀이터가 완성된다. 작가는 책의 마지막을 이렇게 마치고 있다: 

    결과를 놓고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뭔가 하나씩은 얻은 셈이 되었습니다. 시의원들은 자기들이 지역을 위해서 큰일을 했다고 느꼈지요. 가게주인들은 새 일자리와 집을 얻었고, 운전자들은 잘 닦인 평탄한 길을 달렸으며,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생겼고, 벌리 할머니와 바르다 할아버지는 나이에 걸맞는 일을 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쨌건 낙원섬은 관계된 사람들 모두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습니다. 물론 버니와 위니는 빼고 말이지요. 만 사람이 다 만족하는 일이란 세상에 없는 법이니까요.

  어라? 싶어서 책을 다시 읽었다. 작가의 마지막 말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다시 읽으면서 생각하니 작가는 글을 읽기보다는 그림을 봐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었지만 그림 속에서 독자는 분명 진정한 낙원을 찾아낼 수 있다.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있는 곳,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바로 습지이다. 그 곳엔 아이들이 있고, 노인도 있고, 장애우도 있다. 그리고 그들 모두의 미소가 있다. 낙원의 이미지답게 비둘기도 있다. ^^
  개발이 완성된 도시는 단정하고 칼러풀하고 세련되지만 그곳에는 표정이 없고 사람들이 물건들의 일부처럼 획일화되어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행복의 가치가 다르고 낙원의 의미도 다를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어떠한가? 당신이 낙원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으로 지을 것인가? 이렇게 묻고 싶었던 것일게다.

  작가는 책 전체에 조금만 유심히 살피면 알만한 상징과 비판들을 굉장히 많이 숨겨두고 있다. 우선 사람들의 이름, 회사의 이름 등은 모두가 다시 읽으면 속뜻이 드러나는 것들이다. 다음에는 그림이다. 그림 속에 쓰여진 광고문구와 시위대의 팻말등등 모두가 역시 다시 읽으면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의 그림들 웃거나 무표정하거나 가식적이거나 한 모든 표정들이 또한 다른 의미를 준다. 차근차근 구석구석 숨은 그림 찾기하듯 봐야할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