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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에 싸인 아이 ㅣ 산하어린이 151
이상권 지음, 신지수 그림 / 산하 / 2008년 2월
평점 :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온 시주에게 서울은 낯설고 두렵기만 하다. 친구들도 낯설고 학교에서도 왠지 자신감이 없어진다. 철조망이 쳐진 코스모스가 핀 공터에 숨어서 홀로 노래를 부르던 시우는 자신을 ‘고독한 가수’라고 불러주는 ‘꼬마배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주는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다. 지하철에서의 구걸, 그 돈으로 피시방을 가거나 군것질을 하기. 이런 비행들을 통해서 두 아이는 더욱 끈끈하게 서로를 의지한다.
다행히 주인공 시주는 가족의 따뜻한 관심과 인내 덕택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만, ‘꼬마배우’는 앵벌이와 절도 등등의 어두운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죽고만다.
이 책은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것들의 모음집이다. 왕따, 가출, 부모의 돈을 훔쳐내어 유용하는 것, 피시방에서의 폭력적인 게임에의 심취, 게임비와 군것질 비용을 벌기 위한 구걸행각, 어린이 유괴, 버려지는 아이들, 절도, 경찰서출입, 친구의 죽음... 물론 이것을 감싸주는 이해심 많은 큰 누나와 시주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예비 매형 용구형, 그리고 엄마가 따뜻한 가족애와 관심을 나타내며 책에 밝은 빛을 던져주지만, 그 빛으로 지우기에는 책 전체에 깔린 어둠이 너무 짙다.
어린이 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희망을 제시하기 보다는 어린이가 겪을 수 있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오히려 알려주는 것 같아서 책을 보는 내내 거슬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주변에 정말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해도 이런 사건들은 뉴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들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에는 충분할 지경이다. '책'이라는 매체는 뉴스와는 다른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금 서운했다. 이야기자체를 이끌어가는 역량이나 어린이들의 심정을 잘 그려내는 작가의 매력이 작품의 어두운 무게에 눌려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