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아버님께 진경문고 1
안소영 지음, 이승민 그림 / 보림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열여섯살 나이에 귀양을 떠나는 아버님을 마지막으로 뵈었던 정약용의 둘째아들 학유가 이제 스물셋이 되어 7년만에 아버지가 계시는 초당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가 자신을 못알아볼까봐 내심 초조한 아들의 심정을 따라가면서 우리도 함께 다산 정약용을 만나러 간다.

  아들 학유의 입장에서 썼지만 다산 정약용에 대한 많은 자료와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어린 독자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학자의 아들답게 감수성어린 눈으로 모든 산천을 보고, 농부들의 일하는 모습도 보고 있다. 아들 학유가 아버지가 가셨던 귀양길을 그대로 밟아가면서 아버지가 읊조리던 시를 다시 마음에 새겨본다. 우리도 학유의 심정처럼 대학자가 유배의 길을 떠나던 억울한 심정을 함께 짐작해보고 느낄 수 있다. 
  길을 가며 이제 청년이 된 학유는 1801년 신유박해 때에 아버지가 유배가시던 일을 떠올린다. 정약종의 천주교관련 서적이 발각되면서 집안식구들 모두가 고문을 받게 된 이야기부터 ‘모두를 죽여도 정약용을 죽이지 않으면...’ 이라고 주장하던 노론 세력과 당시의 정황들까지 알 수 있다.

  유배지인 강진에서의 정약용의 생활과 제자들, 그리고 벼슬을 지내던 시절의 정약용도 물론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유배지에 남편을 둔 지어미들의 모습과 자식들의 모습도 그리려 한 점이 새롭다. 그리고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난 정약용의 형님들과 그 가족들의 슬픔까지도 그려내고 있다. 

  책은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나 다시 소내로 돌아오게되고, 소내에서 생을 마감하기 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다시 환갑을 맞은 아들이 아버님의 저작들을 정리해서 펴내지 못한 회한의 글로 마치고 있다. 아들에게 내내 편지를 쓰며 유배지에서 아들의 정신적인 지주가 되었던 정약용에게 이런 아들이 있었으리라고 믿는다. 

  그 아들이 이렇게 아버지를 살뜰히 생각하고 존경했으리라 짐작한다. 부자간의 정이 정약용이 그림자마저 아끼던 국화향기처럼 향기롭게, 그리고 소내의 강물처럼 책 전체에 유유히 흐른다. 감동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