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른이 되면 말이야 걸음동무 그림책 2
게턴 도레뮤스 글.그림, 강효숙 옮김 / 걸음동무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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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그림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그림이 이야기의 부분이 아니라 전부이기 때문이지요. 그림은 마치 전개도처럼 2차원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을 처음 보면 어지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모든 페이지들이 학교에 가는 우리의 주인공 구스타브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구스타브가 걷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옆으로 뉘어지고 뒤집어져요. 아이들이 꽤 나이가 들 때까지 3차원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이해가 쉬운 그림일 수도 있답니다.

  그림을 아주 자세히 살펴보다가 각 페이지의 그림들을 모두 연결하면 구스타브네 동네의 지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책은 페이지가 없는 것이구나  했지요. 종이들을 연결한 자국이 보이고, 담장의 색이나 그림들의 단절된 한 부분이 다음 페이지의 어떤 부분과 맞물리게 되어있습니다. 이 책은 크게 펼친 한 장의 지도를 잘라서 묶어놓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실제도시의 평면도에 구스타브를 중심으로 사물들이 전개도처럼 펼쳐지고, 겹쳐지고, 그리고 또 한가지 구스타브가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과 만들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게 하는 색상이 진한 부분들이 확대되어 강조됩니다. 사실은 그림읽기가 꽤 까다로운 그림책인 동시에 보면 볼수록 숨은 많은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그럼 어떤 이야기들이 있나 볼까요?

  1. 구스타브이야기 : 빨간 모자를 따라가세요. 
  7시 45분에 구스타브는 집을 나섭니다. ‘서둘러라! 구스타브, 또 늦겠구나’ 엄마의 이런 외침을 뒤에서 들려오지요. 구스타브는 개를 산책시키는 아저씨를 만납니다. 아저씨의 수염이 어찌나 이상하던지 구스타브는 ‘어른이 되면’  수염을 예쁘게 깍아주는 면도기도 발명하기로 해요. 골목을 벗어나서 쓰레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공원으로 들어섰어요. 아침부터 오리들이 어찌나 꽥꽥대던지 구스타브는 ‘오리와 이야기 할 수 있는 작은 기계’를 공원에 만들어두기로 합니다. 공원을 가로질러 나와서 길로 들어서니 수많은 어른들이 바삐 출근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구스타브는 어린이들만 다닐 수 있는 작은 길을 만들기로 합니다. 광장을 지나가면서는 구스타브는 광장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보고 싶어서 또 생각합니다. ‘키를 아주 크게 해주는 기계를 만들 거야. 그러면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볼 수 있겠지?’ 구스타브의 머릿속에는 광장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상상하고 있어요. 기차역을 지나치면서는  ‘의자 옆에 특별한 장치가 달린 기차도 만들 거야. 여행하는 사람들이 멋진 풍경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 기차를 세울 수 있는 그런 장치가 달린 기차 말이야.’하고 생각합니다. 기차역의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미 7시53분입니다. 구스타브의 마음은 급해집니다. 그러나 다리를 건너면서 수많은 뾰족지붕을 보니 또 상상의 나래가 펼쳐집니다. ‘지붕위에 길을 만들 거야 날씨 좋은 날 그 길을 걸으면 마치 하늘 위에서 산책을 하는 기분이겠지?’ 구스타브의 상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아요. 소방차에 관한 상상, 기구에 관한 상상... 이런 모든 상상을 하다가 구스타브는 지각을 하고 말아요. 학교 앞에 가니 아무도 없어요. 이미 선생님께서 수업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구스타브는 선생님께 혼이 나고, 어른이 되면 해야 할 또 한 가지가 생긴답니다. ‘내가 어른이 되면, 그러면 말야, 조금만 더 빨리 다니는 게 좋겠어.’

2. 초록 새 이야기 : 초록 물방울무늬를 따라가요.
  초록 새는 어느 집 지붕에서 잠을 잤어요. 구스타브가 학교에 가는 시간에 초록 새의 하루도 시작됩니다. 그 시간이 바로 집주인아저씨가 창을 열고 쫒아내는 시간이거든요. 초록새는 구스타브처럼 공원을 가로지르고, 군밤장수 포장마차 위에서 늘 함께 놀던 세 명의 친구 새들을 만났어요. 친구들과 하늘을 날고 놀다가 광장 중앙에 있는 화단에서 사랑하는 새를 만났어요. 기차역 건물 옆 지붕에서 함께 산책도 하고 날기도 하면서 사랑을 나누었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공원에서 다른 새를 향해 떠나고 말아요. 초록 새의 사랑이 깨지고 말았어요. 초록 새는 혼자 나무에 앉아서 구스타브가 종이배를 띄우는 것을 지켜봅니다.

3. 또 다른 이야기들 : 각각의 색상을 따라가세요. 
  오늘 아침은 사건이 많은 날 같아요. 쓰레기차와 신선한 야채 차는 매일 아침 동네를 도는 차이니 당연하지만요. 광장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 웅크리고 비켜주지 않는 바람에 차들이 엉켜서 서로 경적을 울려대는 바람에 아주 시끄러웠어요.
  돈 가방을 실고 달아난 도둑이 나타나서 아침부터 경찰차는 동네 여기저기를 수색하며 다녀야 했어요. 화재가 났는지 소방차도 출동했어요.
  또 다른 사람들의 아침도 엿볼 수 있어요. 공구가방을 든 하늘색아저씨가 어디로 출근하는지 따라가보세요. ‘유성 운송회사’차도 보세요.
  마르셀가게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세 아저씨와 로제가게에서 차를 마시는 아저씨 이렇게 4명이 다음 그림에서는 공장 담 옆으로 난 길을 줄지어 걷고 있어요. 공장으로 출근하나봐요. 또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어요. 찾아보세요.

  아이들이 그림을 여러 번 보면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느낍니다. 자신이 설정한 새로운 주인공이 다음 페이지에서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페이지에서는 나타나고 사라지는지 찾으면서 아주 재미있어 합니다. 그림을 계속해서 보고 또 보더군요.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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