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슨 미워하기 좋은책어린이문고 9
로빈 클레인 글, 백지원 그림, 신혜경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깔깔깔 웃었다.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표현된 소녀들의 순수하고도 유치한 심리표현과 문장 자체가 주는 코믹한 재미때문이었다.:

  선생님은 파리처럼 수많은 홑눈이 합쳐진 곁눈을 가진 것 같았다. 선생님은 모든 방향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옆이든 뒤든 그 누구도 선생님의 레이더망을 벗어날 수 없었다. 선생님은 심지어 보이지 않는 것, 그러니까 배리 홀리스가 책상 서랍 속에 감춰둔 오락 기계와 만화책가지 정확히 짚어 낼 정도였다.(p.14)

  얼마나 기뻤으면 케일선생님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희귀한 새를 발견한 조류학자처럼 말이다. 선생님은 옆에 서 있는 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다.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내 얼굴은 점점 달아올랐다. 내가 절대 참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무시당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늘 내게 집중되는 것을 좋아했다.(p.41)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거짓말도 척척 지어낼 수 있는 에리카 유켄은 사춘기 소녀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봄직한 상상을 즐기며 사는 소녀이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바링가 이스트 초등학교 6학년인 소녀는 자신이 이런 곳에 있을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운명의 장난으로 병원에서 자신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그러니까 자신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뭐 그런 생각이다. 에리카는 배우가 되어서 부자동네에서 우아한 생활을 하는 미래를 꿈꾸며, 동생이 실컷 어질러 놓은 방에서 거울을 보며 연기연습을 즐긴다.

  그런데 이러한 그녀의 자존심은 외모는 물론 공부도, 품성도 나무랄 데 없는 앨리슨이 전학오면서 타격을 받기 시작한다. 앨리슨은 첫 날부터 에리카의 증오의 대상이 된다. 동시에 에리카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앨리슨과 상대적으로 비교하게 되고 시기와 질투심으로 유치하게도 쉽사리 흥분한다. 세상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감정에 빠져서 앨리슨의 모든 행동을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가식적 행동으로 해석하고 밀쳐낸다.
  앨리슨의 깔끔한 옷도, 단정한 글씨도, 알 수 없는 표정도 모두 너무너무 미워보인다. 그러면서도 이상하게도 자꾸만 앨리슨에게만 관심이 간다. 학교에서 떠난 캠프에서 같은 방에 배정을 받고, 함께 연극을 기획하며 에리카는 자신을 어른스럽게 다독여주고, 자신의 질투까지도 모두 용서해주는 너그러운 앨리슨에 대한 미움을 서서히 누그러뜨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앨리슨이 자신이 시기할 만큼 그렇게 부럽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앨리슨에게는 딸이 무대에서 주연으로 연기하는 줄 알고 모든 소품을 구하고 만들어서 만사 제치고 달려온 엄마와 다정한 레니 아저씨 같은 사람도 없다. 그리고 앨리슨네 집이 비록 최신 전자제품들과 멋진 자전거와 스케이트보드가 있다 해도 너무나 조용하고 썰렁한 거실과 가구만이 있을 뿐이다. 식구들의 말소리, 때론 다툼소리, 그리고 달그락거리는 접시소리들같은 따뜻한 소리들이 그곳에는 없었던 것이다. 세상은 불공평한게 아니었나보다^^


  가족의 따스한 사랑은 겉으로 보이는 어떠한 가치와도 바꾸어질 수 없다는 것을 사춘기소녀 에리카와 치기어린 경험을 함께 하며 어린이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정도 그렇다. 진정한 친구를 사귀고 이해하는 데 있어서 자존심이나 외면적 비교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서로의 내면을 잘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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