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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빌라와 쪼꼬퐁퐁
줄리아 도날드슨 지음, 이주혜 옮김, 황명희 그림 / 삼성당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잭과 콩나무 동화를 읽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해본다. 잭이 거인을 골탕 먹이고, 하프와 암탉과 많은 돈을 가지고 콩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오던 때, 그때의 그 조바심나던 순간, 마치 내 뒤에서 거인의 큰 발자국소리가 쫒아오기라도 하는 양 숨가쁘게 어서 책장을 넘겼었다. 쫓아내려오던 거인은 콩나무와 함께 쓰러진다. 휴~ 잭이 우리 편이니까^^.
그런데 거인의 나라가 혹시 아직도 건재하다면...??? ‘오우 노우~ 말도 안돼!’라고 생각할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있다면? 우리에게 잭의 모험담이 수세대에 걸쳐 전해내려오고 어린이들에게 읽히듯 거인의 나라에서도 잭에게 골탕을 먹은 거인의 이야기가 슬픈 전설로 내려오고 있을 것이다.
바로 여기 이 책에서 그러한 상상이 실현된다. 거인의 후손인 잠빌라가 잭의 후손 쪼꼬퐁퐁들을 수집해간 것이다. 전설을 믿는 순수한 거인소녀 잠빌라는 거인나라 땅 끝에 콩꼽을 던져둔다. 이야기처럼 콩꼽은 하룻밤만에 쑥쑥 자라 콩꼽나룽이 되어있어서 잠빌라는 쪼꼬퐁퐁의 나라로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가하면 시덥잖은 일도 항상 다툼거리인 스테판과 콜레트 남매는 얼결에 거인소녀에게 수집당해 자신들의 몸조차도 어찌될 지 모르는 판에 어리광만 부리는 막내동생 파피의 안전까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어른들은 상상도 못할 위험한? 수집품을 인형놀이상자에 숨겨둔 잠빌라와 졸지에 애완동물신세로 전락한 삼남매. 누구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든지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잠빌라가 포악하고, 자신들을 먹어치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던 삼남매는 잠빌라가 콜레트처럼 수집광인 순수한 소녀라는 것을 알고 안도하는 한편 탈출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잠빌라의 오빠 잽에게 발각되어 삼남매는 위기를 맞는다.
스테판은 동생들을 데리고 꼭 탈출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모든 일을 철저하게 준비하는 의젓한 행동대장이 되고, 콜레트는 동생을 돌보는 동시에 오빠를 의지하고 믿게 된다. 박진감 넘치는 비밀작전과 탈출감행, 마지막 순간에 빛을 발한 잠빌라의 우정어린 도움으로 삼남매의 모험은 무사귀환으로 끝나고, 잠빌라는 동생에게 해줄 흥미있는 이야기가 한가지 더 생기게 되었다.
이 책은 순식간에 독자를 거인나라 그로일로 데려다준다. 책을 여는 순간 거인나라의 말로 책을 읽어야 하니까^^. 그렇다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외국어^^에 서투른 독자를 위해 책 뒤편에 있는 <거인나라 말 사전>을 부록으로 첨부해두었다.
옮기기가 무척 어려웠을 거인나라 말을 짐작가능한 우리말로 매끄럽고 재미있게 바꾼 번역이 책의 재미에 한몫 하고 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삽화에 대한 칭찬도 빼놓을 수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