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사냥 보림문학선 7
레이 에스페르 안데르센 지음, 매스 스태에 그림, 김경연 옮김 / 보림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검은 연기로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도망친다. 마녀사냥이라는 제목도 심상치 않은데 표지그림부터 우울했다.
  마녀사냥은 종교라는 이름하에 자행된 정당한 박해였다. 적어도 당시에는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희생자들이‘마녀’였기 때문에 그들은 어떠한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 앞에 떳떳했다.
  검은 연기로부터 도망치는 어두운 그림자는 에스벤이라는 소년이다. 어머니가 마녀사냥꾼들에 의해 희생된 에스벤은 무작정 도망친 것이다. 마녀사냥꾼들에 의해 희생되었다고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마녀사냥꾼들을 불러들이고 화형대의 장작값을 지불하고 화형대를 위한 사다리를 집행자들에게 판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이웃들이다.
  도망친 피오르에서 다행히 소년은 수도사 한스를 만난다. 그를 치료해주고 오두막에서 함께 사는 것도 허락한 그는 매일 에스벤이 원하는 만큼씩 그의 인생에 나타낸 무시무시하고 기억하기 힘든 사건을 이야기하게 한다. 그것은 그의 방식대로 에스벤을 치유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건을 소년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된다. 순수한 소년의 입을 통해서 사건을 듣게 되면서 독자는 편견이 없이 순수하게 사건 그 자체만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때는 비굴할 만큼 잘 대해주고 찾아오던 이웃들이 어느 순간 집단의 광기하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그들을 고발한다.
  소년의 이야기는 가끔씩 끊기고 혼돈스러워 하지만, 한스의 조용한 기다림과 믿음 속에서 다시 용기있게 자신의 입으로 그 사건의 이야기를 이어간다.그렇게 피오르에서 소년은 마음을 치유하며 한스로 부터 피오르와 자연을 존중하는 법, 그들에게서 필요한 것들을 얻는 법 등을 배운다.

  소년의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한스가 던지는 심오한 질문들에 독자는 더욱 많은 생각을 해야한다.

  ‘하지만 네가 크고 힘이 셌더라면 그들을 넘어뜨리고 죽였을 게다. 왜 내가 도망쳤는지 들었을 때 나조차 그렇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 우리 마음 속에는 누구나 마녀 사냥꾼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P.52)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은 비겁하고 나약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힘을 갖고 있었어.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제나 나약하단다. 하지만 만약 네가 선택할 수 있었더라면 말이다. 너는 어디에 있는 어머니를 보는 것이 나았겠느냐? 다른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어머니냐, 아니면 그 바깥 괴롭히는 사람들 속에 끼어있는 어머니냐? (p.85)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머리를 강타당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충성심이나 애국심에 대하여 말하면서 비겁한 삶과 떳떳한 죽음을 이야기하곤 하였다. 충성심이나 애국심 이런 크고 정당한 이유도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대단히 혼돈스러웠다.
  또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여준다.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강하다고 생각들을 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은 나약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피오르의 평화로운 시간도 한스에게 찾아온 마녀사냥꾼에 의해 깨지고 만다. 에스벤은 한스에게 왜 도망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정말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사람은 그 자리에 머물면서  움을 받아들이게 된다. 너도 어느 날 그렇게 될 것 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너무 어리다. 사람은 싸움을 받아들일 수 있기 전에 인간이 무엇이며, 인간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p.128)

  소년의 도망침으로 시작했던 책은 안타깝게도 다시 소년의 도망침으로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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