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야스오는 초등학교 6학년이다. 어느 날 오후 슈퍼에서 후추를 사오는 길에 어렸을 적에는 친한 사이였는데 어색해진 유키를 만난다. 두 사람은 야스오가 놓고 온 과제물을 가지러 학교에 다시 갔다가 제럴드라는 용을 물리치는 기사를 만난다. 야스오는 제럴드가 학교에 연극을 하러온 배우라고 생각하며 그의 용에 대한 이야기를 믿지 않지만, 유키는 처음부터 제럴드를 믿는다. 유키의 눈에게만 보이던 용은 어느 순간 야스오에게도 보이게 된다. 그들 셋은 힘을 합해 교실에 나타난 용을 물리치는데 성공한다. 이 책을 뭐라고 해야 할까 약간의 공상이 가미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공상까지도 현실처럼 생각할 수 있는 사춘기 어린이들의 성장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이 책 속에서 제리에게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에 대해 질문하는 대목이 나온다. 대답은 너무나도 시시하다. 모두의 화장실 슬리퍼를 신기 좋은 방향으로 돌려놓는 것.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제리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진심으로 화장실슬리퍼를 정리하자 내가 정리해야할 슬리퍼가 점점 줄어들었지.’ 이 책에서 말하는 용은 어린이들 마음에 내재되어 있는 마음들이 외형화된 형상이다. 그것은 왠지 삐딱해보고 싶은 마음, 상대방의 진심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 나의 진심을 숨기고 싶은 마음, 그래서 생기는 서먹한 마음들까지 포함한다. 그러므로 용은 물리치기 힘든 자신이 만들어낸 괴물이며, 동시에 그래서 인정하지 않으면 그 실체에 맞서 싸우기가 힘든 상대인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어린이들의 심리적인 압박과 반항심을 전설적이며 구체적인 대응책을 찾아내기 힘든 용으로 외형화시킨 것은 좋았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조금 엉성해서 흥미진진하게 읽어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