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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지막 선물 ㅣ 파랑새 사과문고 60
문선이 지음, 임연희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4학년 미진이는 참 행복합니다. 새 집으로 이사를 와서 자기방이 생겼으니까요. 엄마, 아빠, 남동생과 함께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며 밀가루장난을 한 후 수제비를 쑤어 먹고, 모두 함께 만화를 빌려다보기도 하는 행복한 가족입니다. 분장사인 엄마는 방송국에 나가게 되어서 다들 들떠있고, 아버지의 연극일도 절 풀리는 듯 합니다. 다가올 어두움의 크기만큼이나 기쁨도 크기만 합니다.
그러던 미진이네 집이 암울해지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뇌종양에 걸린 것입니다. 미진이는 의젓하게 동생을 돌보고, 가사일을 하기도 하지만 이내 감당할 수 없는 불안감이 스트레스로 변해가면서 방황하게 됩니다. 집에 가기 싫어서 친구와 함께 오락실에 오래 있어보기도 하고, 힘든 투병을 하는 엄마에게 오히려 투정을 부리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 미진이에게는 이 모든 것들이 받아들이기 싫은 사실들이니까요.
미진이의 투정과 기원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가족의 곁을 떠나고 맙니다.
이 책은 초등학생들에게는 짐작할 수 없는 슬픔인 '엄마의 죽음'을 초등학생다운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엄마가 아프지만 엄마가 아픈 모습이 또 싫어지는 어린 마음. 엄마가 혼자서 아픔을 참으며 우는 모습을 보면서는 '하느님 우리 엄마 좀 낫게 해 주세요. 네? 제발요.'하면서 엄마한테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순수한 모습. 엄마 없이 의젓하게 혼자 해결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안절부절하는 사춘기소녀 미진이의 모습을 참 안쓰럽습니다.
엄마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가게된 국토순례는 미진이의 자립에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자신도 너무도 힘든 여정 속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생을 다그치는 누나의 결연한 의지를 보입니다. 그리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으리라는 인생의 크나큰 진리도 깨닫고 돌아옵니다.
그래도 엄마의 죽음과 그 죽음 뒤에 오는 공허를 어린 미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것입니다.엄마의 죽음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엄마를 자꾸만 찾는 동생 민철이가 때론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 더 측은하기도 합니다. 생활 속에서 엄마를 조금씩 잊어가는 것이 더욱 슬픈 4학년 미진이는 가족홈페이지를 만들어 엄마에게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엄마의 빈자리를 메웁니다.
미진이만한 또래의 아이들에게는 '가족'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주변에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드물테니까요.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간접 경험으로 가족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하고 얼마나 감사한 존재인지 느낄 것 같습니다.
" 그러다 버릴 수 있는 거 하나도 없겠다. 버리는 연습도 필요한 거야.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고."
아빠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엄마의 손때가 묻지 않은 , 엄마와의 추억이 담겨있지 않은 물건이 하나도 없었다.
"봐. 구멍까지 낫잖아. 이건 버려야 해."
아빠가 구멍 난 슬리퍼를 내 코앞에 내밀었다.
"안돼! 그건 버리면 안 된단 말이야! 엄마가 얼마나 아끼던 건데."
난 울먹였다.
"미진아, 이렇게 낡은 건 버려도 괜찮아. 엄마를 버리는 게 아냐."
아빠가 숨이 막히도록 나를 꽉 끌어안았다.
" 여기, 여기 이 속에 엄마를 넣어 가잖아. 그렇지?"
아빠는 내 가슴 언저리에 손을 대며 말했다. 아빠는 내맘을 벌써 알고 있었다. (본문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