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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척 ㅣ 샘깊은 오늘고전 6
김소연 지음, 김은옥 그림, 조위한 원작 / 알마 / 2007년 11월
평점 :
잘 만들어진 책을 만지는 것은 기쁘다. 단단하게 묶이고 잘 넘어가는 하드커버인 이 책도 책의 느낌이 아주 정겹고 듬직하다. 번들거리지 않으면서도 단단한 책표지도 마음에 들고, 눈이 피로하지 않게 신경을 쓴 듯한 속지도 마음에 들었다.
책 장을 넘기면 고풍스런 옛지도가 접혀있다. <17세기 아시아- 최척과 옥영네의 발걸음이 닿았던 아시아 이곳저곳>이다. 일본, 중국, 베트남까지 그려져 있는데... 책의 내용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으므로 넘기고 지나가자.
다음에는 일곱페이지 가량의 꽤 긴 글쓴이의 머리말이 실려있다. 자신의 도서관'웃는책'을 찾았던 지금은 제자겸 친구라는 영은이와 도병이에게 주는 글 형식으로 쓰고있다. 이 머리말을 읽으면서 '아 이 작가 참 글 부드럽게 잘 쓰는 구나' 싶었다. 그리고 책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엿보여 감동이 느껴졌다.
작가의 유연한 글솜씨덕분에 한문소설을 번역한 [최척]도 아주 부드럽게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옛날 이야기에 있을 법한 방식으로 옥영과 최척은 만나 결혼을 한다. 좀 다른 것이라면 옥영이 최척을 먼저 점찍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들의 인생 속으로 당시의 역사가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인생을 망가뜨리기도 하고, 다시 세워주기도 하고하는 우여곡절을 격게 한다.
왜군의 침략을 받아 마을사람들이 잡혀가게 되고,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하는 대목까지는 뭐 그렇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무대가 중국으로 일본으로 베트남으로 펼쳐지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생각하는 1600년대 전후를 사는 사람들의 인생이 이렇게 글로벌할수가!!! 그리고 두 주인공의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용감하고 굳센 의지에 또 놀랐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일이 있을 때마다 선몽을 해주는 만복사 부처님도 너무 자주 나타나니 그 영험함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가하면 마치 일일연속극 속의 주인공들처럼 알고보니 이사람이 장인이고, 또 알고보니 이사람이 친아들이네... 뭐 이런 식으로 등장인물들 사이의 연결이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아무튼 이렇게 험한 인생의 풍파를 견뎌낸 모두가 한자리에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로 끝나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림이야기도 빼 놓아서는 안되겠다. 삽화는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살아나는 색상과 사찰의 단청에서 볼 수 있는 색상과 불교탱화에서 볼 수 있는 색상을 이용해 한국적인 색감과 느낌이 물씬 살아난다. 글의 내용이 불교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는 점을 그린이가 잘 살린 것 같다.
* 책은 글자가 작고, 내용도 그리 쉽지 않아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생까지 학생들이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