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농사일기 - 솔방울 그림책
이제호 지음 / 소나무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펼치면 맨 첫장에 우리가 일년동안 따라다닐 할머니의 소개가 나옵니다. 강원도에 사시는 김용학 할머니이십니다. 매월 한번씩 일년동안 할머니의 농사일과 행사를 기록했습니다.
  2월 25일 할머니가 된장을 담그는 날부터 시작합니다. 낮은 양철지붕집 뒤곁에 있는 장독대의 큰 항아리에 메주와 붉은 고추를 넣으시는 할머니 모습이 눈쌓인 응달모습과 함께 화면 가득 펼쳐집니다.
  3월 5일 경칩날에는 수정이네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밭을 갑니다. 농기계가 보급되지 않은 시골이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소가 쟁기로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사라질 날이 얼마남지 않은 풍경같아 안타깝습니다.
  이렇게 한달에 한번씩 할머니가 하시는 일들을 기록했습니다. 할머니와 동네의 모습들이 실제모델이 있어서인지 그림을 보고 있자면 정말 우리네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의 패션 그대로이고, 들판의 모습도 정말 시골에서 보던 그대로랍니다. 할머니들의 옷도 모자도, 목장갑도 비료포대에 붉은 고추를 따담는 모양새로 모두 시골풍경그대로 사실감이 살아납니다.

  들판에 벼가 익고 가을걷이가 다 끝난 들판에 눈이 내리고, 이렇게 일년이 가고 마지막 만남인 1월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처럼 쉬는 달입니다. 마을회관에 모여서 만둣국을 만들어 드시고, 할아버지들은 장기를 둡니다. 그 풍요로운 모습 그대로 다들 장수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덮습니다.
  시골풍경을 보고, 가끔씩 시골할머니댁에 간다지만 역시 시골생활과 농사짓는 일을 면면이 다 안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값진 것 같습니다.
  한달에 한번씩 할머니 찾아뵙기 내용이 끝나면 책의 뒤쪽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벼농사 이야기>, <할머니의 간장, 된장담그기>, <할머니의 고추농사 이야기>, <할머니의 농기구 이야기> ,<아이와 어른이 더불어 보는 절기이야기>등등의 농사와 시골살이에 관련된 내용이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 보통 동화책보다 훨씬 큰 판본이어서 그림들이 실감나게 다가온답니다. 책 표지도 아주 두꺼운 하드커버여서 아주 튼튼합니다.
  그림책의 말투는 할머니의 말투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할머니가 곁에서 손자 또래일 독자들에게 사투리로 얘기해주시는 듯 합니다.

* 책 속의 한 구절:
4월 15일
친정집에 와서 볍씨 상자를 만들었어.
논에다 심을 어린 모를 키우는 거여.
도토리나무에 새순이 올라와서 산이 노릇노릇하구나.
복사꽃 향기는 솔솔 풍겨오는데
새들은 또 얼마나 재잘대는지
너희들이 옆에 앉아 조잘조잘 떠드는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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