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특한 화자를 세우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증조할머니, 즉 좀 무시무시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귀신의 관점이다. ‘괜찮다면 함께 지켜보실라우?’ 하면서 집안 곳곳을 소개해주는 그녀의 말투는 그래서 가족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애정이 묻어있지 않을 수 없고, 어떤 오해가 발생할 상황에서도 그 구성원의 진실한 마음을 믿고 그들의 편이 되어줄 수 있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우리는 4계절 동안 ‘도쿄밴드왜건’이라는 고서점의 북적거리는 대가족 속에서 1년을 보내게 된다. 4계절 내내 ‘도쿄밴드왜건’은 탐정놀이같은 세심하고 사랑넘치는 작은 미스터리들이 발생하고, ‘문화와 문명에 관한 이런저런 문제라면 어떠한 일이든 만사해결’이라는 가훈 아래 모두가 합심하여 해결하고 만다. 그 사건의 제목들은 이렇다.: 봄: 백과사전은 어디갔어! 여름: 며느리는 왜 울었나. 가을: 개와 네즈미와 브로치. 겨울: 러브야말로 모든 것이지.

   그러나, 대하소설이 아닌데도 1대부터 4대에 걸친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게다가 동네에 사는 사람들이 사건마다 끼어들면서 머릿속에서 정리되지 않은 채, 책을 읽어나가게 되어 혼선을 겪을 때가 많았다. (물론 이것은 일본어를 모르고 그래서 일본사람들의 이름에 익숙하지 않은 내 탓일 수도 있다.)
  나중에 역자후기에서 작가가 ‘삼사십년 전의 홈드라마’를 모델로 했다는 말을 듣고서 이해가 되었다. 사실 인물들이 모두가 자신의 일 타인의 일 구분하지 않고서 성의껏 임하며 모두가 예의가 바르고, ‘기개’가 있고, 그런가하면, 모두가 양보의 미덕도 있고, 연민도 있고, 이웃에 대한 사랑도 옳은 일에 대한 정의감도 있다. 정말 드라마 속의 인물들답다.
  우리가 사는 이 험한 세상과 너무나 떨어져 있는 그들만의 세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세상이 아닐까? 그래서 이 소설을 보며 웃음짓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이해해주는 김에 너무나도 작위적인 가족구성원이라고 여겨지는 락커, 미혼모이자 화가, 신관, 전직형사, 바람둥이 투어가이드, 등등의 너무나 개성이 강하고 다들 특별한 구성원조차 훈훈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작가의 긍정적인 욕심이었다고 봐주기로 했다.   

 * 책 속의 인상깊은 구절:
“ 가족을 버린 남자도, 버림받은 가족도 모두 상처입었어. 그 상처를 덮고 치유하는 건 말이지. 역시 러브라는 이름의 반창고라고”-작중인물 가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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